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정규직 되려면 경력을 포기해라?

등록 2013-08-06 21:11수정 2013-08-07 10:24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 판결 이후
사내하청의 정규직 신규 채용

“꼼수 쓰지 말고 정규직 전환하라”
김씨 등 1600명, 회사 상대 소송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김만진(34)씨에게 정규직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3500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의 경우 불법파견이므로 이미 정규직 고용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정규직화’ 여론의 압박에 떠밀린 현대차가 내놓은 타협책이다. 이후 올 상반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11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현대차 신입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김씨는 이 기회를 거부했다. 김씨가 기대하는 정규직 전환과 회사가 제안한 신규 채용은 엇비슷해 보이나 의미는 전혀 다르다. 파견법에 따라 2005년 1월 입사한 그가 2년 기간을 채운 2007년 1월부터 정규직이 된 것으로 간주할 경우, 올해까지 6년 넘는 기간 동안 정규직과 차별받은 임금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규 채용을 받아들이면 그 기간 정규직으로서의 ‘잃어버린 삶’을 영원히 포기하게 된다. 김씨는 “그간의 경력을 모두 부정하고 신규로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신규 채용에 응하지 않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법적 의무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데 우리가 응하는 건 다른 사업장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차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규직을 줄이고, 자리를 대신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2000년대 들어 소폭 줄이거나 늘리면서 규모를 유지해왔다. 2003년 9246명이던 사내하청 노동자 수는 부침을 거쳐 지난해 말 현재 8000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치자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규모로 해고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그해 12월 에쿠스를 만들던 사내하청 노동자 115명을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전체 1000명 안팎을 공장에서 쫓아냈다”고 말했다. 불안한 세계경제 변동의 완충기 구실을 사내하청이 고스란히 감당하는 셈이다.

김씨는 신규 채용 응시 대신 2010년 11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원고 1600명에 들어갔다. 박 집행위원은 “사내하청의 정규직 발탁 채용도 사내하청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2·3차 협력사를 포함한 현대차 비정규직) 2만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규모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김기춘, ‘초원복집 사건’ 때 “지역감정 불러일으켜야 돼, 하하”
“전두환 돈 씀씀이는 박정희 본 받은 것”
고물상은 도시를 떠나라 “망하고 망한 끝에 시작한 일인데…”
[화보] ‘아우~이 냄새’ 녹조 낀 4대강 현장 검증
[화보] 눈길을 잡아끄는 이 매력…이것이 한복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