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상 사유들을 모두 심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탄핵심판의 특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12일 “선별심리는 없다는 게 헌재의 공식 입장이다. 탄핵심판은 당사자의 구두변론에 의하기 때문에 탄핵사유 자체에 대해서는 당사자 합의가 되지 않는 이상은 다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0조는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으로 하고, 변론 기일에는 당사자를 소환하도록 하고 있다. 또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하기 때문에 형사재판처럼 당사자들 사이의 공격과 방어, 다툼과 반문이 이루어진다. 헌재는 당사자 신청뿐 아니라 직접 당사자나 증인을 신문하는 증거조사를 할 수도 있지만 제출된 자료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는지 의견을 묻기도 해야 한다. 이런 절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사자인 국회와 박근혜 대통령 쪽의 합의가 없는 한 헌재가 먼저 나서 일부 탄핵사유에 대해서만 심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가 선별심리를 안 한다고 해서 재판이 마냥 길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 헌재 출신 변호사는 “탄핵사유에 대한 심리에 정도의 차이가 당연히 있다. 증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판단한다. 탄핵사유가 되는 부분을 집중해서 심리하면 재판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가 모두 심리한다고 했지, 모든 사유가 입증돼야 탄핵할 수 있다고 한 건 아니다. 헌재가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여론을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헌재가 13가지나 되는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끝까지 하나하나 따질 경우 자칫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모든 쟁점을 다 검토하고 결정 내리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게 된다”며 “헌법재판소법상으로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으로 진행되는 건 맞지만, 변론 진행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기회는 주되 판단은 빠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적 판단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판단이라는 탄핵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라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 심리 방식은 헌재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피청구인 쪽에서 뇌물죄, 세월호 7시간을 다 따지자며 시간을 끌 수 있지만 헌재는 중대한 법 위반 여부만 확인하면 되고 나머지는 형사재판에서 다투면 된다”고 말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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