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0차 변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오는 24일로 정한 것은 지난 두 달여간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핵심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모두 끝난데다 박 대통령 대리인이 신청한 증인들은 연이어 출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증인신문은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은 16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4차 변론에서 ‘국정 공백’과 ‘충분한 심리’를 강조했다. 이 재판관은 “국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계속돼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심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재판 진행을 수행했으니 알겠지만 이 법정에서 수십 명의 증인을 신문했고, 방대한 수사기록에 대해서도 서증 조사했고, 수십 개 기관에 사실조회 촉탁해서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접수된 뒤 두 달 넘게 3차례 준비절차, 14차례 변론, 24명의 증인신문, 3만 쪽이 넘는 검찰 수사 기록 증거조사 등을 가졌다. 특히 헌재는 국회 쪽의 반발에도 지난 7일 박 대통령이 뒤늦게 신청한 증인 17명 중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쪽은 헌재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이동흡 전 재판관은 “최종 변론은 갑자기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준비 시간을 5일이나 7일은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재판관은 “이 변호사님이 선임되기 전에 피청구인(박 대통령) 쪽 주장을 정리한 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충분히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특별히 새로운 것이 툭 튀어나올 부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서석구 변호사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문제의 최종 변론을 위해 며칠이라도 시간 여유를 더 달라”고 재차 나서자 강일원 재판관은 “재판장님이 방금 말씀하셨는데 바로 번복하기는 어렵고요, 서면으로 내주시면 재판부에서 판단하겠다”고 정리했다.
헌재는 이날 최종 변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쪽의 ‘시간 끌기’도 차단했다. 헌재는 남은 20일·22일 5명의 증인신문이 예정된 변론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이날 출석하지 않은 3명의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 재판관은 “취소한 증인들은 간접적이고 지엽적인 부분과 관련됐다”며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정이 공백인 상태에서 증인신문을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태를 걱정 안 하는 분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증인들이 불출석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심판 기일을 정해놓고 심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헌재가 정하고 있는 날짜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려달라”고 항의했다. 이 재판관은 “재판부에 대해 의혹 의심을 가지는 발언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한 뒤 “10번을 방문했는데 송달이 안 되고 있어서 유지할 수 없다”며 증인 채택 취소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맞섰다. 탄핵심판이 열리는 대심판정에서 ‘고영태 녹음파일’을 하나하나 재생하자는 박 대통령 쪽 주장도 이미 증거로 채택했고 사적인 대화가 담겼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민경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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