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의 동생으로 온 ‘보들이’. 귀여움이 뚝뚝 떨어진다.
도도하다.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달려와 안기지도 않는다. 독립적이다.
흔히 알려진 고양이의 습성들이다. “애완(반려)동물이 그러면 무슨 재미로 키워”라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고양이의 이런 습성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정말 다행스러운 것들이다. 출근을 한 뒤 퇴근까지,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혼자 지내야 하는 고양이에 대한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인 혼자서도 잘 노는 그런 동물이라고’ 그렇게 믿으면서.
물론, 고양이 역시 마냥 혼자서 잘 지내는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함께 살기 전에도 인터넷 카페 같은 곳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집 안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야 한다면 혼자보단 둘, 둘보단 셋이 함께 사는 게 낫다는 경험담들이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열 명의 사람보다 같은 종족 한 마리가 더 나을 수 있겠지.
그런 이유로 “아예 처음부터 두 마릴 들여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한번에 두 명의 아이를 낳는 노고가 필요할 듯해, 한 귀로 흘려버리긴 했지만.
함께 있으면 깨발랄한 고양이가 혼자일 땐 뭘 하는지 궁금했다. 인터넷 카메라를 장만하고 ‘감시’를 했더니, 혼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잤다. 자고, 기지개 켜고, 하품하고, 밥 먹고, 또 자고…. 한시도 가만 못 있는 애가 그러고 있는 게 미안했다. 출근 전에 장난감을 펼쳐놓거나, 오후 5시쯤 켜지게 텔레비전을 맞춰놓고 나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퇴근 뒤 돌아오면 몸을 뒤집고 “냐아옹” 했던 거구나. 좋다고, 반갑다고.
그때쯤,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유명해진 강형욱 반려견 훈련사의 과거 강의 영상을 보게 됐다. “당신은 누군가를 10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나요? 매일같이, 그리고 한결같이.” 돌이켜보면 그때 결심한 것 같다. 한 마리 더 들이기로.
그래서 둘째를 알아보는데, 이게 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둘째가 들어오면 먼저 온 고양이가 질투를 느끼고 성격이 까칠해진다거나 심할 경우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둘째를 들이지 않을 거”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둘이 같이 하루 종일 잘 것”이라고도 했다.
겪어보기 전엔 절대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은 조금만 ‘셈’을 해보니 쉽게 풀렸다. 친구(이자 동생이) 한 마리 더 있으면 나에 대한 ‘집착’도 덜할 테고, 나 역시 두 마리가 같이 있다는 이유로 마음의 짐을 조금 더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에 좀 늦게 들어가도 덜 미안할 것 같았다. 그렇게 측은지심과 이기심이 결합한 결과, 라미의 동생이 생겼다. 함께 산 지 두 달이 지난 때였다.
서대문 박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