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귀가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자, 법조계 안팎에선 특별검사 등 별도의 수사 주체를 꾸려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현재의 혐의만으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기소 하는 것은 사실상 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이 거듭 검찰의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을 기소하면 무죄 판결이 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12일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앞으로 우 전 수석 사건의 처리를 어떻게 할지 밝히지 않은 채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재청구는 향후 수사 상황이나 수사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를 거쳐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17일까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특수본이 ‘총대’를 메고 추가 수사나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상태로 기소하면 두고두고 검찰 조직에 부담 될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우 전 수석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는 현 검찰 수뇌부를 위해 조직 전체가 희생돼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심각한 국정농단이 있었는데, 정작 대통령 주변 인사를 감시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민정수석만 빠져나간다면 국민이 이번 수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그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요직을 차지한 검찰 수뇌부가 우 전 수석을 보호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사실상의 재수사를 진행하되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게 확인된 만큼 더는 수사를 검찰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검찰 주요 보직에서 우 전 수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는 만큼 기소하지 말고 대선 이후에 특검이나 특임검사를 임명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검찰이 자신의 조직과 관련된 수사의 한계를 보여줬다. 검찰 출신을 배제한, 검찰에서 자유로운 수사기관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이 사건을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우 전 수석과 통화를 한 검찰총장이 우 전 수석의 수사를 보고받고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니 수사 의지가 약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박근혜에게 뇌물을 제공한 기업들이 피해자가 아니듯,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른 검사들도 단순히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 국정농단 은폐에 가담한 일부 검사들 또한 ‘영전’하는 등 인사에 대한 이익을 취했을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며 검찰 내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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