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용지의 유형이 두개라는 주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가짜 뉴스’라며 관련 주장을 편 누리꾼들을 고발했지만 파장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과 비례해 선거관리 부실 등의 문제로 민의가 왜곡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에스엔에스(SNS)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사전투표 첫날인 4일부터 ‘후보자 이름 사이에 여백이 있는 것과 여백이 없는 두 가지 투표용지가 존재한다’는 문제제기가 확산했다. 실제 사전투표를 하고 온 시민들 일부는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를 직접 봤다는 주장을 쏟아냈고, 여백이 없는 것은 무효표 처리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한 이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는 분명히 후보 사이 여백이 없는 용지를 받았는데, 아내는 여백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비슷한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5일 “사전투표용지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백이 있는 투표용지만 출력된다”며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누리꾼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일부 유권자들의 문제제기는 이번 19대 대선에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한 탓에 기표칸 사이 틈이 0.5㎝에 불과하고 기표칸의 세로 길이도 이전에 견줘 0.3㎝ 줄어 칸 별 틈이 눈에 잘 띄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대 대선 선거관리 부정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근 상영되는 등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이 불거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고동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조기대선으로 정권교체에 다가갔는데 혹시라도 절차적 문제로 좌절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이런 기대가 강한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 동조효과’를 일으키며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각 투표소에 나가있는 선거참관인들에게 기표용지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확인해달라고 연락했으나 아직까지 이상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들의 의혹 제기를 두고 선관위가 설득 노력보다 처벌을 앞세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국정원 대선 부정개입 등이 벌어졌을 때 선관위가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는 등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에 책임이 없지 않다. 의혹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의 제공이지 입막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에선 선관위의 투표함 및 투개표 관리에 대한 감시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투표함 및 투개표 감시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시민의 눈’은 “소중한 주권이 왜곡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251개 지역 선관위의 사전투표함을 24시간 지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재현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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