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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공무사” 재판부, 4년 실형 선고하자 원세훈 시선 흔들려

등록 2017-08-30 17:08수정 2017-08-30 22:15

첨부파일 증거 인정 안 되자 피고인들 ‘안도’
트위터 10만여건 얘기엔 답답한 듯 ‘눈 질끈’
원 전 원장 변호인 “상고하겠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지공무사의 자세로 오로지 증거에 기초해 판결 선고에 이르렀음을 밝힌다.”

30일 오후 1시57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404호 법정. 재판장이 선고에 앞서 사건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의식한 듯 ‘지공무사’(지극히 공평하여 조금도 사사로움이 없음)를 힘줘 말하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눈길이 아래를 향했다. 미동 없던 그의 시선은 재판부가 ‘징역 4년’이란 주문을 낭독할 때 비로소 흔들렸다. 한차례 헛기침을 토한 그는 방청석에 있던 지인을 향해 황급히 손짓하며 말을 건넸지만, 교도관과 법정 경위에게 막혔다. 네번째 재판 끝에 개인 비리를 포함하면 세번째로 구속된 데 잔뜩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날 법정에 들어서며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이던 그는 결국 한마디도 남기지 않은 채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2015년 10월6일 보석으로 풀려난 지 694일 만이다.

피고인들과 방청객들도 재판장 입을 따라 냉·온탕을 오갔다. 선고 초반 재판부가 대법원 판단대로 첨부파일 2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땐 피고인들 낯빛이 비교적 편안했다. 하지만 오후 2시42분,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에 이르자 상황은 반전했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트위터 활동 수를 10만여건이라고 밝히는 지점에 이르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답답한 듯 몸을 비틀거나 눈을 질끈 감았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방청석 쪽에서도 얕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특히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 등 국정원 원훈을 언급하며 원 전 원장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국민들 사이, 정치 세력 사이엔 찬반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무비판적으로 홍보하면서 반대세력을 공박하도록 지시해 원훈을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다. 2015년 항소심 재판부가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국정원 보고서와 <논어> ‘위정’편의 “나와 다른 생각을 공격하면 손해가 될 뿐”이란 구절을 언급한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누구보다 이를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심리전 대상으로 삼았다”고 질타했다.

이날 법정은 2015년 7월 대법원 선고 이후 2년여만의 법원 판단을 보려는 방청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정오께부터 법정 앞에 줄이 늘어섰고, 오후 1시께 법정 문이 열리자 5분여 만에 방청석 30여 자리가 가득 차 50여명은 서서 선고를 들어야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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