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디지털성범죄다
3부 대책편: 접근법 확 바꿔야 한다
3부 대책편: 접근법 확 바꿔야 한다
“몰카 범죄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피해 구제에 관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쳐 디지털 성범죄 근절 의지를 피력하자, 정부 기관이 시동을 걸고 있다. 경찰은 이번 달부터 불법 카메라 판매·설치를 집중 단속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기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를 통합해 신고부터 영상 삭제 등까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정부가 막 응답하기 시작한 지금,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우리 사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과 여성가족부,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맞댔다.
‘디지털 성범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좌담회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몰카’를 신종 디지털 성범죄로 규정하고 신고 핫라인 개설과 단속 강화, 피해자 지원 확대 등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박정원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보호계장,이남훈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장, 하예나 디지털성범죄아웃(DS0) 대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몰카보다 ‘불법도촬’이 정확해
경찰 전담수사 부서 둘 순 없나
재유포범 엄단할 법 개정 시급 박정원 위장형 카메라 설치, 직접촬영, 인터넷 유포행위까지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 범죄를 포괄해 경찰은 ‘불법촬영’으로 쓴다. ‘몰카’라는 용어는 <한겨레> 기사에도 지적됐지만 장난처럼 보여 청소년들이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성단체에서도 ‘몰카’라는 표현에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고,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행위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불법촬영 범죄’로 부르기로 했다. 박정원
피해자들 깊은 트라우마 시달려
지하철·화장실 불안도 방치 못해
방심위·지자체·학교와 공조 강화 이남훈 성폭력처벌법을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로 규정돼 있다. (이 범죄 행위가) 성폭력이라는 관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몰래카메라’, ‘도둑촬영’ 등의 용어는 이 행위가 여성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걸 희석시키는 측면이 있다. 서승희 대표가 말씀하신대로 리벤지 포르노보다는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이 정확한 개념이라고 본다. 리벤지 포르노라고 규정하면 영상 유포의 성격이 보복성이 아니면 문제가 안되나 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더라도 ‘명확한 범죄’라고 보는 게 중요하다. 이남훈
신종 성범죄 인식 불충분했고
수사·재판·치료 지원도 비체계적
예방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회 <한겨레>는 ‘몰카, 디지털 성범죄다’ 기획을 피해자편(1회)과 가해자편(2회)으로 나눠서 보도했다. 1회에서 피해자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사례를 통해 소개됐다. 피해자 지원 단체 쪽에서 디지털성범죄 신고와 수사를 지원할 때 겪는 어려움이나 제안 사안이 있다면. 하예나 경찰에 신고하러 갔다가 저희 단체에 오는 피해자들도 많다. “경찰이 안 된대요”라고 얘기하며, 포기하고 얼굴 바꾸고 살기로 했다고 한 분도 있었다. 대개 ‘최초 유포자 못 잡는다,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최초 유포자 못 잡더라도 재유포자도 다 똑같이 가해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보고 처벌받아야 한다. 경찰이 단순 음란물 유포로 보지말고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또 피해자 개인이 업체를 상대로 고소하는 것도 어렵다. 영상에 업체 광고가 달려있는 것도 많다.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속해서 웹하드와 성인사이트 업체들이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점이 확실해져야 한다. 또 이런 업체들은 피해자 영상을 통해 부당이익으로 돈을 번 거니, 부당이익은 몰수까지 해야한다고 본다. 하예나
영상 유포는 집단성폭행 성격
경찰서 체념하는 피해자 많아
피해자 경력 단절도 지원해야 서승희 피해자와 함께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가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거나 기술적인 용어를 이해 못하는 경찰관들도 많다. 주로 하는 보이스피싱이나 금융범죄 수사만큼 익숙하지가 않은 거다. 저희 단체에서 경찰에 요구하는 것은 ‘사이버 성폭력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청 단위에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어느 한 곳에라도 있어서 일선서에 있는 사이버수사대 경찰들 재교육해준다거나 전문적인 정책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사이버공간 범죄 양태가 기존의 유형과 매우 다르고, 기존 조직으로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버수사대가 생긴 것 아닌가. 그중에서도 사이버성폭력은 또 다른 분과다. 전문성에 젠더감수성까지 있는 분들이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면, 대책을 마련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것 같다. 박정원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해지고 있고 피해자가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때문에 전담부서가 생겨서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하예나 피해자나 시민단체로서는 피해를 당했을 때 신고할 ‘핫라인’이 꼭 존재했으면 좋겠다. 일단 어떻게 신고해야하는지부터 정립되어야 한다. 사회 피해자는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영상 삭제, 민형사 대응 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한다. 범죄 특성상, 가족 등 지인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기록삭제, 소송지원까지 맡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이남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도 성폭력방지법의 피해자와 동일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새로운 영역의 성범죄인데, 범죄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고 지원도 체계화되지 못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도 신고부터 수사·재판 지원, 치료 지원 등 기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에 통합해서 지원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을 갖고 있다. 특히 피해 영상 유포는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2차 가해가 심각한 문제인데, 어디서 상담을 받고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모른다. 여성긴급전화(1366)나 성폭력상담소에서 기본적인 상담을 하겠지만 디지털성범죄 피해 부분은 앞으로 지원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또 2018년 여성가족부 예산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과 촬영물 삭제 지원 비용’으로 7억4000여만원이 반영됐다. 시범적인 수준이지만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해서 피해자 신고가 들어온 뒤 삭제까지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선 경찰, 여가부, 법무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 다양한 부처가 관계돼있다. 각자 협력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박정원 방심위와 경찰청 공조시스템을 만들어서 이전에 10일 넘게 걸리던 피해 영상 삭제를 2~3일 안에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예나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들은 얼굴이 알려지면서 기존 직장을 잃고 경력이 단절된다. 사회권이 완전히 박탈된다. 해외 지원단체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일자리 지원까지 하는 걸 봤다. 정부에서 이런 점도 고민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남훈 문제 의식엔 적극 공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 ‘몰카, 디지털성범죄다’ 가해자편(2회)에서는 성관계 영상 등을 유포해도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재유포자들은 단순 촬영보다 더 큰 가해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현재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된다. 박정원 직접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가해자는 성폭력처벌법의 카메라이용촬영죄에 해당된다. 직접 찍지 않고 옮기는 건 보통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유포죄를 적용한다. 유포만으로도 성폭력으로 처벌하려면 법이 명확하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 서승희 현재 재유포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려면 구성요건이 까다롭다. 법을 좀더 명확히 개정해서 재유포 가해자도 성폭력과 같은 맥락에서 처벌해야 한다. 절대로 이게 단순히 음란물유포 정도로만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박정원 현재 경찰청은 불법촬영범죄에 대한 집중단속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찰 여성청소년과에선 직접촬영범죄를 다루는데, 가령 휴대전화로 촬영할 경우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해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등을 보고, 또 상당한 의심이 된다면 주거지까지 압수수색한다는 계획이다. 사이버 쪽에선 불법음란물 유통 공급 중심으로 단속한다. 아동음란물은 프로파일링 시스템이 있어 그걸로 상시모니터링한다. 불법촬영 영상은 성인사이트, 웹하드, 인터넷방송 위주로 집중단속하는데, 입건되면 국내의 경우 반드시 서버 폐쇄하고, 국외는 사이트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사회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한번 발생하면 100% 해결이 어렵다. 예방대책 제안 및 방안이 있다면. 서승희 저희 단체는 시청·촬영·유포·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개선 사업을 경기남부경찰청과 함께 벌이고 있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시민단체 등이 계속 디지털성범죄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한목소리가 나오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남훈 현재 공공기관은 성폭력·성매매 예방교육이 의무화돼 있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수시로 교육을 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성범죄에 합당한 처벌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사실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민들 대상으로 디지털성범죄가 개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문제고 가해자도 사회적으로 격리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박정원 영상 유포 등으로 특정된 피해자 이외에도, 지하철과 화장실 등에서 불법촬영의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지자체 여성안심보안관과 함께 화장실, 목욕탕 등을 몰카탐지기로 점검하고 있는데, 불안감을 없애려면 이런 활동을 눈에 띄게 가시적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또 청소년들은 이것이 심각한 범죄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각 학교에서 불법촬영은 신상정보 등록도 될 수 있는 심각한 성범죄라는 걸 주지시키려고 교육 중이다. 이남훈 가정폭력도 아동학대도 이전엔 ‘칼로 물베기’라거나 ‘훈육’으로 부르는 등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누구든 학대 징후가 있으면 아동학대 신고를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도 정부가 앞장서는 것은 물론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나간다면 인식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사회·정리 박수지 고한솔 기자 suji@hani.co.kr
참석자(가나다순): 박정원 서울지방경찰청 여성보호계장(경정),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이남훈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장, 하예나 디지털성범죄아웃(DS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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