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는 꿈이라도 꾸는지, 무거운 다리로 라미를 툭툭 차며 떡실신 중인 보들이.
13. 전기방석에 빠지다 다시 겨울이 왔다. 라미와 보들이는 이제 더 이상 마룻바닥에 배를 깔고 눕지 않는다. 날씨 탓인지 좀 차분해진 것 같기도 하다.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 사람이든 고양이든 여름보다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겨울을 대비해 털을 두툼하게 찌운 보들이는 집사의 무릎 위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중성화 수술 이후 집사의 무릎을 떠났던 보들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들이가 냥춘기라 더욱 집사와 내외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더웠던 거다. 집사가 없을 때 무릎 역할을 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난겨울 보들이가 왔을 때쯤 장만한 1인용 전기방석은 이제 라미나 보들이 한 마리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새 라미는 길어졌고 보들이는 넓어졌다. 방석 밖으로 삐져나온 라미의 발이 추워 보였다. 이참에 라미와 보들이는 물론이고 내 엉덩이까지 뜨끈하게 데워줄 방석을 찾았다. 라미와 보들이가 사는 마루의 평균 온도는 영상 18도 안팎. 큰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한낮엔 딱히 보일러를 데우지 않아도 20도를 훌쩍 넘었다. 반면 큰 창문은 밤엔 빠르게 실내 온도를 떨어뜨렸다. 보일러만으로 실내 온도를 적정 온도로 맞추기엔 난방비 감당이 어려웠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달기도 어려웠다. 라미한테 남아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소파 크기에 맞춰 만들어진 3인용 전기방석이 적당했다. 2만원 언저리의 제품을 샀다가 밤새 틀어도 뜨끈해지지 않기에 반품하고 5만원대 물건을 샀다. 역시 비싼 게 좋았다.
숨숨집에 누워 멍때리는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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