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법원종합청사 정문 초소 앞에서 시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선고 공판 방청권을 응모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새롭게 등장한 추가 단독면담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세 차례 단독면담 이외에 2014년 9월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청와대 안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했다.
특검팀은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 문건 유출’ 의혹 보도 이전 ‘안가 면담’이 있었고, 이때 이 부회장에게서 연락처를 받았다는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항소심 증언과 당일 박 전 대통령의 안가 출입 내역을 근거로 댔다. 면담 다음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휴대전화에 이 부회장 휴대전화 번호로 ‘통화 가능 통보’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점도 짚었다.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안 전 수석이 면담 전날 밤 10시께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삼성·에스케이(SK) 말씀 참고자료’ 파일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특검팀은 지난달 2일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방문객의 출입 내역은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안가 출입 사실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안가 면담을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면담 사실이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이 부정청탁을 했다는 혐의가 더 두텁게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안가 면담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당시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과 정유라씨 승마 지원이란 ‘거래’의 밑돌이 깔렸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뒤에 있었던 대구 면담이 5분 정도로 짧아 뇌물수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없었다는 이 부회장 쪽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형사부의 한 판사는 “승계작업의 준비과정부터 의사타진이 이뤄졌다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면담을 강하게 부인하는 삼성 쪽 주장이 깨지면 이 부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통째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독대와 같은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다른 진술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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