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변동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장 변경과 ‘부정한 청탁’의 인정 범위도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결국 이 부회장의 형량은 최순실씨에게 줬다는 말의 ‘소유권 이전 시점’에 대한 판단이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심의 핵심 쟁점은 역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다. 1심 때와 달리 승마지원과 재단 출연에 직접 뇌물·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적용한 특검의 2심 공소장 변경이 유·무죄 판단을 바꿀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213억원의 승마지원(약속)에 대해서 특검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제3자 뇌물 혐의를 추가했고, 1심에서 무죄로 본 204억여원의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출연금을 대신 부담하거나 지원했다”며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뇌물을 준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직접 뇌물이든 제3자 뇌물이든 인정되기만 하면 뇌물을 줬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승마지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승마지원을 제3자 뇌물로 보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범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최씨가 뇌물 혐의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 재판과 ‘동전의 양면’이자 박 전 대통령 선고의 예고편인 최씨의 1심 선고도 13일 예정돼 있어 두 재판부의 판단이 같을지 다를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의 1심과 2심 선고 사이 나온 ‘국정농단’ 사건 판결의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의 재판 기록과 판결문을 이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삼성 합병 등 개별 현안의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에 관한 포괄적인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문 전 장관의 2심 판결로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도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승마지원을 무죄로 판단하지 않는 한 이 부회장의 형량에는 ‘말 소유권 이전 시점’이 결정적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외국 은행 등에 외화를 예치하려면 지정된 외국환은행 등에 예금거래신고서를 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재산국외도피죄로 처벌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50억 미만일 때 5년 이상, 50억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 쪽에 승마지원금으로 준 약 79억원이 ‘뇌물’인데도 ‘우수마필 및 차량 구입 위한 대금 지급’이라고 거짓으로 예금거래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심은 약 79억원 중 36억여원만 유죄로 판단해 형량이 낮아졌다. 이 부회장 쪽이 말과 차량 구입을 위해 삼성전자 명의의 독일 하나은행 계좌에 보낸 43억원은 ‘예금거래신고서가 외국환은행에 제출된 2015년 9월30일 시점엔 최씨에게 말과 차량 등을 증여할 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1심이 인정한 횡령액 81억원을 모두 변제한 것도 형량을 정하는 데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상훈 변호사는 “2심 재판부가 횡령액 변제를 이유로 재벌 총수에게 관행처럼 적용하던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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