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의 ‘유전자가위 특허 빼돌리기’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서울대의 자발적 협조를 기다리며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봄 무렵 김진수 전 교수의 유전자가위 특허 빼돌리기 관련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한겨레21>은 최근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의 ‘유전자가위 특허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단독보도한 바 있다. 김 전 교수가 서울대에 재직하던 당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천억대 가치가 있는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하고도 서울대에 거짓으로 신고해 자신의 기업인 툴젠으로 특허를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의 특정 부분만 골라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초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그 뒤 이 연구원과 서울대의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유출 혐의로 김 전 교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 관계자는 “대전지방경찰청에서 2017년 6월 말 연락이 와서 감사보고서 내용과 연구단의 사업현황 등에 대해 수사협조를 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기초과학연구원 감사부는 ‘연구비 부당집행’ 등으로 김진수 단장에 대해 징계 요구를 한 바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9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김진수 겸임교수의 특허소유권 논란 관련 본교 진행경과' 자료를 보면, 대전지방경찰청과 관련해 “IBS 및 서울대 주관 연구성과물(논문)과 (주)툴젠 소유 특허의 관련성 수사”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한겨레21>에 수사 착수계기와 시기, 혐의 등에 대해 일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에 대한 수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1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수사 착수 뒤 서울대에 김 전 교수의 특허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주지 않자 지금까지도 서울대의 자발적 자료제출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대를 강제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용진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대전지방경찰청은 2017년 9월12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김용근 전 지식재산관리부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권리관계 유무 및 기술이전에 관한 타당성 검토 등 관련자료 일체”를 제출받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올해 3월26일 한 차례 자료 제출을 독촉한다. 4월19일에는 서울대쪽 2차 참고인 조사를 하며 “연구성과물(논문)과 (주)툴젠 소유 특허 동일성 비교요청”을 한다.
하지만 서울대는 4월 말 내부회의를 통해 자료 제출을 보류하기로 결정한다. 박용진 의원실 자료를 보면, “대전지방경찰청의 IBS 수사 결과 확인 후 진행하기로 내부결정”이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 “경찰청 제출 자료의 파급력, 툴젠의 대학기부사실 등을 고려하여 신중결정 필요”라고 돼 있다. 경찰에 제출할 자료가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서울대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경찰에 협조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수년 전 과거 일이라 자료를 취합하기가 어려웠고, 특허 관련된 부분은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가 없어서 외부에 맡기려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허 조사는 사실 경찰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우리에게 조사해서 보내라고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대전지방경찰청과 서울대 모두 수사진행과 협조에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전지방경찰청이 의지가 없다면 경찰청에 이첩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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