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6년 4월11일 초등학교 교사 박동국씨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선거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의견 몇 줄을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총선에 승리하면 혁신학교·혁신교육지구·전교조 죽이기 등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얼마 뒤 보수단체 애국시민연합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박씨를 고발했다. 박씨를 포함해 선거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단순 공유하거나 의견을 덧붙인 교사 수십여명이 고발을 당했고 검찰 수사 끝에 20여명의 교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박씨의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지난달 2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씨에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해당 게시글로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를 넘어 특정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특성과 박씨의 페이스북 사용 패턴 등을 면밀히 살폈다. 먼저 “페이스북은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감정을 공유하고 기록하는 사적 공간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박씨가 페이스북에 가입한 뒤 다양한 분야의 글이나 기사를 공유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곧바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속단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락을 도모하는 구체적 표현이 나타나지 않은 점 △ 페이스북 친구들에 게시글이 뜨더라도, 친구가 자발적·적극적으로 선택해야만 그 글을 읽을 수 있는 점 등을 판단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같은 날 박씨를 비롯해 선거 관련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거나 의견을 덧붙였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 6명에 잇따라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박씨를 변호했던 이종희 변호사는 “공무원인 교사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SNS를 사용해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표명까지 제한하는 것의 문제를 지적한 판결”이라고 짚었다. 국공립학교 교사는 물론 사립학교 교사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박씨와 같이 2016년 4월 선거 관련 기사를 올린 다른 사람의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 공유’한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교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하지만 선거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이에 의견을 덧붙인 게시글에 대해서는 재판부마다 유·무죄가 엇갈리고 있다.
박씨처럼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현재 재판을 받는 교사는 20여명으로 파악된다.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선거 관련 기사를 공유하거나 이에 간단한 의견을 덧붙인 게시글을 문제 삼은 사건들이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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