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청년 분노’ 들어주는 척…‘인천공항 갈등’만 키우는 언론·정치권

등록 2020-06-25 19:05수정 2020-06-29 11:12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논란의 이면-
비정규직·저임금이 사태 본질인데
언론, 갈등 구조에만 초점 맞춰
SNS 일부 청년층 ‘과잉대표’ 지적
취준생들 “청년세대 자극적 소비”
정치권 고민없이 여론 편승 비판도
인천국제공항 보안경비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인천국제공항 보안경비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공공운수노조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직고용을 놓고 청년들의 ‘분노’에 주목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청년들의 분노가 갈등을 부추기는 데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취업준비생(취준생)의 갈등 구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정작 비정규직 채용, 저임금 구조 등 청년노동의 본질적인 문제가 묻혔다는 것이다.

25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를 두고 일부 청년층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됐다는 청년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공기업 취업 준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공기업 취준생들은 현 청년세대를 대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은 공기업 취업까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소수’의 목소리에 한정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들도 “언론이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척하며 되레 청년세대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년6개월가량 공기업 취업을 준비했던 임아무개(31)씨는 “당장 청년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등에는 침묵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일부 청년들의 분노에만 주목하는 건 편협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불안정한 비정규직 처우와 취업난 등 청년 노동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생 김민석(22)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보안검색요원까지 비정규직이었을 정도로 고용 불안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와 함께 청년들이 일자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졸업 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32)씨도 “언론은 분노를 키우는 대신 직무, 연봉 등에 관한 오해를 풀고 인건비 분배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결정으로 인천공항에 직고용된 2030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청년”이라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청년들의 박탈감에 방점이 찍히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다는 것이다. 지난 24일엔 자신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이라고 소개한 이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제2여객터미널이 생기기 전에 하루 14시간 근무했다. 승객들로부터 성희롱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열악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헤아려줄 것을 요청했다.

‘청년 민심’을 언급하며 급히 대책을 내놓은 정치권도 진정성 있는 고민 없이 여론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년취업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년유니온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감내해온 불안정성 해소를 ‘로또’라 칭하는 정치인과 이에 동조하는 사회에 환멸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로또’를 운운하며 ‘청년’과 ‘공정’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섬세함과 부단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