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전국을 돌며 부녀자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일삼고있는 연쇄 성폭행범이 이른바 `발바리'로 희화되면서 범죄의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는 비난을 낳고있다.
17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 원룸 등에 침입, 상습적으로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온 혐의로 이모(45)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용의자 이씨의 DNA와 지난 수년간 전국 성폭행 피해여성들로부터 채취한 범인의 DNA(77건)가 일치함에 따라 이씨의 소재 파악과 검거를 위해 공개 수사 방침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경찰 안팎에서는 이 용의자를 `발바리'라는 속칭으로 불러왔다.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날렵해 경찰관들 사이에서 처음 불린 속칭으로 언론 등을 통해 일반적인 명칭으로 굳어져 가고있다. 하지만 애완견의 일종인 발바리를 연쇄 성폭행범에게 붙이는 것은 적절치 못한 데다 성폭행 피해자들에게도 굴욕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성폭행 피해 여성 상당수가 유흥업소 종사자 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범죄 피해의 심각성보다는 엽기적인 범죄행각이 오히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부각되는 실정이다.
대전YWCA 성폭력상담소 진 숙 소장은 "성폭행범을 미화, 희화해 부를 경우 잠재적인 모방범죄까지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며 "지금부터라도 범죄의 심각성을 일캐우는 명칭을 사용하고 하루 빨리 범인 검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 내부적으로 이 성폭행범 검거에 특별승진이라는 포상까지 걸려있어 경찰관들이 신속한 범인 검거를 위한 공조수사에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사고있다.
경찰은 이 성폭행범 검거를 위해 충남경찰청 관할 광역수사대를 비롯해 대전권 5개 경찰서에 전담 수사반을 운영해왔으며 대전지검도 지난해 5월 `연쇄 성폭행사건 전담 수사반'을 설치했다. 수사경찰 관계자는 "여러 범죄 단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에야 용의자를 특정, 검거에 나섰으나 수사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공개수사에 나선 것"이라며 "조속히 범인을 검거해 국민 불안을 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9년부터 최근까지 대전에서는 주택가에서 49건(타지역 포함 66건)의 동일범에 의한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이 기자 seokyee@yna.co.kr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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