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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모든 슬픔과 차별이 다 코로나 탓일까

등록 2021-01-02 10:05수정 2021-01-02 10:09

[토요판] 남의 집 드나드는 닥터 홍
코로나 1년, 우리는 어떻게 살았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코로나 검사를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때때로 방문해서 건강 관리를 돕고 있는 미연(가명)님께 연락이 왔다. 희귀질환이 있는 지체장애인으로 근로지원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분이다. 그런데 하필 직장이 있는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여 주말 사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구민회관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주말에는 낮 1시까지 운영을 하는데 하필 1시37분에 도착했다. 당장 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어 휠체어를 탄 채 오랜 시간 검사를 위해 기다리기는 어려웠다. 전화를 받자마자 보건소 선별진료 담당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방법이 없을까 여쭤보았다. 하지만 확진자 폭증으로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워킹스루 부스에서 방호복을 입고 잠시 밖으로 나와서 검사를 해주기가 어려울 거라며 미안하다고 하신다. 일요일 오전에 다시 구민회관으로 가면 넓은 공간에서 검사가 수월하고, 월요일 오전이라면 자신이 신경 써줄 수 있다고 하지만 미연님은 토요일에 꼭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빨리 보건소로 달려가서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생님, 어쩔 수 없죠. 경기도 쪽에 드라이브스루가 있다고 해서 가보려고요.”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내지만, 그 문자가 모두에게 같은 무게는 아니었다. 무증상 확진자를 찾기 위해 선별진료를 확대했지만 장애인 접근성은 어떤지 의문이다. 병원 입원을 앞둔 장애인 환자분이 코로나 검사가 필요했을 때는 확산세가 주춤했던 시기라 보건소에서 잠시 외부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확산세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다. 작은 배려가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배려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세심하게 처한 상황에 따라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했다. 바이러스의 전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피해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부분도 여러 상황과 조건들 때문에 대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1년 사이 배우지 않았는가?

장애인 확진자의 돌봄 공백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1년 사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한탄했다. 가정 내 장애인 확진자에게 방호복을 입고 진료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코로나 때문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코로나 때문일까? 코로나 시기 구직자에게 학력으로 수모를 주는 것은 코로나 때문일까? 청년들의 자살은 코로나 때문일까?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코로나 때문일까?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극한 노동 후 노동자의 죽음은 코로나 때문일까? 비닐하우스에서의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코로나 때문일까? 코로나가 악화시키는 면도 있지만 전부 코로나 탓은 아니지 않은가? 장애인 차별이 없는 사회였다면, 성적지향, 국적,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였다면, 중대 재해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부양의무제로 약자들에게 수모를 주지 않는 사회였다면, 학력으로 청년들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였다면, 라이더가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우리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면,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지금보다 작지 않았을까?

1천명가량의 확진자가 매일 아침 새롭게 발생하는 이 시기가 너무 생경하다. 코로나 방역과 진료에 애쓰는 모든 이들의 수고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생계에 곤란을 겪는 시민들의 절박함은 답이 없어 슬프다. 어서 이 모든 소요가 끝나길 바라지만, 앞서 언급한 질문처럼 모든 문제를 코로나 때문으로 치부하고 사회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 쓰고 버린 일회용품들은 분명 다시 인류에게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환경을 지키라는 청소년들의 외침에 전 인류는 진지하게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와의 진정한 결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찾아가는 의사 홍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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