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있는 세종대학교 정문.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다른 대학도 다 하는 일인데 이게 왜 문제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하고 있는데, 더 큰 문제에 집중해주길 바랍니다.”
교내 ‘홍보 기자’를 활용해 수험생 커뮤니티에 조직적인 댓글을 작성한 일(<한겨레> 23일치 9면)에 관한 학교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종대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학의 학생 홍보단 활동이 담긴 유아르엘(URL) 주소를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기도 했다. 세종대뿐 아니라 상당수의 대학이 학생들의 손을 빌려 수험생의 질문에 답변해주고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학교 홍보’라는 것을 밝히고 답변 댓글을 다는 것과 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요즘 수험생들은 ‘수만휘’,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커뮤니티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종 입시정보를 얻는다. 특히 대학입시 수시·정시 모집을 앞두고 ‘ㄱ대 vs ㄴ대, 어디가 좋아요?’ 등의 질문들이 입시 커뮤니티 게시판을 가득 채운다. 답변 과정에서 누리꾼들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한다. 대학 서열화가 굳어진 사회에서 나타나는 씁쓸한 단면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세종대는 이런 현실에서 ‘홍보 기자’들이 평범한 재학생인 것처럼 수험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게 했다. 한 ‘홍보 기자’는 “질문하는 수험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소속 과 학생인 것처럼 위장해 댓글을 작성하라”는 지침을 전달받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세종대는 댓글 실적에 따라 장학금을 줬다. 수험생들을 위해 재학생들이 선의로, 자발적으로 작성한 줄 알았던 댓글이 사실은 학교가 홍보하고 싶은 내용들로 채워진 것이다.
세종대 안팎에서는 댓글 활동에 대해 수험생과의 암묵적 신뢰를 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버 뒷광고가 왜 문제였나. 광고인데도 전혀 아닌 척 (시청자를) 기만했으니 욕을 먹은 것 아닌가. 정식으로 홍보 기자 타이틀을 걸고 광고했으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포털사이트 rubr****) “수험생 입시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게 너무 실망스럽다.”(세종대 에브리타임 게시판)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홍보 기자’들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면서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종대는 23일 “온라인 답변은 (홍보 기자의) 전체 업무 중 아주 일부분”이라고 했다. 일부이면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사소하게 여겼던 그 일부가 학교 전체에 대한 신뢰에 균열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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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학금 미끼로…세종대, 학생들에게 ‘홍보 댓글’ 쓰게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7826.html
본지는 지난 3월23일자 <장학금 미끼로…세종대, 학생들에게 ‘홍보 댓글’ 쓰게 했다> 등 기사에서 세종대학교가 온라인 홍보기자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빌미로 홍보성 댓글을 작성하도록 압박하고, 구체적인 댓글 작성 지침을 제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홍보 댓글을 작성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세종대학교 측은 “온라인 홍보기자의 주된 활동은 온라인 채널 운영 및 콘텐츠 제작 등으로 입시정보 소개 목적의 답글 작성은 전체 활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학생들에게 온라인 답글 작성을 강요하거나 작성 여부에 따라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