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중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 최희석(사망 당시 60)씨를 오랜 시간 괴롭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주민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내내 ‘억울하다’고 주장해온 피고인에게 재판부는 “오로지 남 탓만 하고 있다. 피해자의 유족에겐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는 26일 폭행·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주민 심아무개(50)씨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심씨는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보복 목적의 상해·감금은 없었다며 범행 일부를 부인하고, 생전 망인의 녹취록을 믿을 수 없다고 다투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부인하는 범죄사실은 녹취록뿐 아니라 목격자, 112 신고내용,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최씨에게) 확인하려 했다’는 피고인 스스로 진술만 해도 유죄 증명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 탓, 피해자의 친형 탓, 입주민 탓, 언론 탓, 경찰 탓 등 오로지
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수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만 하고, 피해자나 언론 탓만 하며 자기 합리화를 꾀하고 있는 이상 이런 반성문으로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심씨가 항소심에서 ‘집을 팔아서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심씨가 합의 진행 중이라곤 하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자 유족에겐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1년 후에도 여전히 유가족은 심씨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이날 최씨의 친형 최아무개씨는 직접 법정에 나와 심씨의 선고결과를 지켜봤다. 친형 최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씨는) ‘합의하자’거나, ‘죄송하다’고 한 적이 없었다”며 “제 동생이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영면할 것이다. 그런 기회를 주셔서 재판부께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심씨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희석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심씨는 삼중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를 최씨가 손으로 밀었다는 이유로 최씨를 폭행했고, 최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최씨를 화장실에 가두고 감금·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최씨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최씨를 고소하고, 최씨와 관계없는 교통사고 진료비를 최씨에게 청구하는 ‘갑질’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의 폭언과 폭행, 괴롭힘을 참다못한 최씨는 지난해 5월 숨진 채 발견됐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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