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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레이싱 걸’ 눈씻고봐도 소녀가 아닌데 왜 ‘걸’일까

등록 2006-11-09 17:52수정 2006-11-11 21:50

여성개발원 ‘성평등 언어’ 발표에 누리꾼 ‘항의’ 홈피 장애
왜 ‘총각작’은 없고 ‘처녀작’만? “성차별적 언어 쓰지말자”
왜 신문은 ‘처녀작’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총각작’이라 하지 않을까? 왜 방송은 여성 선수를 묶어 ‘스포츠맨’이라면서 ‘스포츠우먼’이라고 쓰지 않을까? 인터넷에서 쓰는 ‘구토남’ ‘꽝남’ ‘Y라인’은 대체 무슨 말일까? 왜 모든 매체는 남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은반 위의 요정’이라고 쓰지 않을까? 남편이 죽고 나면 그 부인을 왜 ‘아직 죽지 못한 사람’(미망인)이라고 할까? ‘레이싱 걸’은 아무리 봐도 소녀가 아닌 성인인데, 왜 ‘걸’이라고 쓸까?

방송, 신문, 인터넷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에서 흔히 쓰는 표현 상당수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등 성차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지난 7월10일부터 30일까지 방송 4개 채널, 신문 3종, 인터넷사이트 3곳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처럼 드러났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언어 사용 사례 수는 전체 7570개로 나타났고, 인터넷이 3481개로 가장 많았다. 신문은 2268개, 방송은 1821개였다.

한국여성개발원은 9일 프레스센터에서 ‘성평등한 미디어 언어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방송, 신문, 인터넷 언론 등 미디어 언어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성평등한 미디어 언어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조사에서 모니터링 기준은 △한 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남녀 모두를 포괄(~맨) △성역할 고정관념적 속성 강조(여우, 늑대) △성차별적 이데올로기 내포(미망인, 처녀작) △선정적 표현(섹시레이디, 애마소녀, 쭉쭉빵빵) △특정성 비하(부엌데기, 놈팽이) 등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모든 매체에서 가장 두루 쓰이는 성차별적 표현 분류는 ‘성역할 고정관념적 속성 강조’(4810건, 63.5%)였다. 그밖에 ‘선정적 표현’ 1098건(14.5%), ‘불필요한 성별 강조’ 930건(12.3%) 차례였다.


매체별로 살펴보면 신문은 다른 매체에 견줘 ‘불필요한 성별 강조’(전체 12.3%, 신문 13.7%)와 ‘고정관념적 속성 강조’(전체 63.5%, 신문 76.3%)의 표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취재원의 이름 다음에 남성일 땐 아무 표시도 하지 않으면서, 여성일 땐 ‘(여·○○세)’라고 붙이는 표현은 ‘불필요한 성별 강조’로 분류됐다. 특히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이나 권력을 가진 지위에 있을 때는 ‘여류명사’ ‘여의사’ ‘여성총리’ ‘여류화가’ 등으로 일컫거나 기사의 내용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학생을 ‘여학생’으로, 직원을 ‘여직원’ 등으로 사용하는 사례 등이 함께 지적됐다.

‘고정관념적 속성’은 남자=사회, 여성=가정, 남자=생산자, 여자=소비자, 남자=직업인, 여자=비직업인, 남자=상위적, 여자=하위적, 남자=지도자, 여자=봉사자 등(한국여성개발원, 1993)으로 구분짓는 유형이 해당한다. 여성의 경우 “미모, 미인, 앳되어 보이는, 꼬리친다, 앙탈부린다, 앙칼지다, 야들야들, 여우”들이 이에 해당된다. 남성의 경우에는 “과감한, 스케일이 큰, 능글능글, 씩씩한, 용감한, 늠름한, 슈퍼맨, 늑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신문에선 남성을 여성보다 먼저 호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1남1녀’ ‘남녀공학’ 등이다. 또 정상성에서 벗어난다고 간주되는 여성만 따로 ‘~녀’라고 부르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모니터링 기간 동안 ‘내연녀’ ‘동거녀’는 사용 사례가 있었지만 ‘내연남’이나 ‘동거남’이란 표현은 발견되지 않았다.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포함하는 여성 관련 언어도 나타났다. ‘처녀작’처럼 순결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 ‘미망인’, ‘시집보내다’, ‘현모양처’처럼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는 고정관념과 관련된 것 등이 있었다.

방송은 ‘특정성 비하’(전체 8.4%, 방송 13.2%) 유형이 다수였다. 한 성을 비하적인 의도로 부르는 것으로 여성의 경우 “여편네, 부엌데기, 솥뚜껑 운전수, 아줌마, 계집애, 야(아내 호칭 시)” 등으로 여성의 역할이나 여성됨 자체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남성 관련으로는 “군발이,” “놈팽이” 등이 있다. ‘꼴뚜기 왕자’ ‘꽝남’(선택받지 못한 남자) ‘기집애’ ‘가시나’ ‘지지배’ 등이 있었다.

인터넷은 ‘선정적 표현’(전체 14.5%, 인터넷 26%)이 가장 많은 매체로 꼽혔다. 그 가운데 여성의 성적 신체적 측면을 이용한 표현(15.4%)과 여성을 자극적으로 표현한 경우(8.6%)가 많았다. ‘최강의 섹시 여전사’ ‘백만불짜리 끝장 각선미’ ‘섹시 여고생’ ‘Y라인 골반 매력’ 등이었다. 이 가운데 여성의 성적 신체적 측면을 이용한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경우(537건)와 여성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299건)가 매우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한편 한국여성개발원이 ‘성차별적 언어 사용’을 발표한 뒤 여성개발원 홈페이지는 한꺼번에 몰린 누리꾼들의 비난 게시글이 쇄도해, 한 때 사이트 접속 장애를 빚기도 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권고하는 △쓰지 말아야 할 언어 △성평등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쓰지 말아야 할 단어

미디어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단어 자체가 대단히 성차별적이어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들

- 접두사 ‘처녀’: 이 경우는 ‘처녀작,’ ‘처녀항해’에서처럼 처녀의 성적 순결성에 비유하여 처음이란 의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처녀의 성적 순결을 도식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야 한다.

- 내연녀, 동거녀 : 이 단어들은 결혼제도와 관련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데 여성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같은 경우에 처한 남성을 지칭하여 내연남이나 동거남이란 단어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경우의 여성을 명사화하는 것은 여성에게만 결혼에서의 예외성에 대해 처벌하는 효과를 가지고 따라서 성차별적이다. 굳이 이러한 상태의 남녀를 지칭하고자 하면 명사형이 아니라도 풀어서 서술할 수 있으므로 이 단어들은 쓰지 않아야 한다.

- 미망인 : 이 단어는 그 뜻이 성차별적이다. 따라서 사용하지 말고 ‘고 OOO씨의 부인’이라든가 ‘돌아가신 분의 부인’ 등으로 풀어써야 한다.

- 과부, 홀아비 : 이 단어들은 원래의 뜻이 성차별적이지는 않으나 오래된 사용방식에 의해 비하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 노총각, 노처녀 : 이 단어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비하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결혼과 결혼적령의 규범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꼭 성차별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에서 쓰지 말아야 한다.

-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선정적 표현(흑진주, 신데렐라, 섹시 여전사, 돌아온 알프스 소녀 등) : 여성 운동선수의 경우 운동선수의 정체성보다 여성의 정체성이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소녀(성인 여성에게), 진주, 섹시 등의 표현을 써 스포츠 전문성과는 관련 없는 선정적 이미지를 형성시킨다. 이러한 표현은 빠져도 기사나 프로그램 내용에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성별 역할 구분을 하거나 혹은 여성 운동선수를 성적 대상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이는 없애야 할 표현이다.

- OO녀 :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OO녀 (뚱녀, 꽝녀, 개똥녀) 일색은 여성을 선정적이고 비하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여성의 특색이나 여성과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을 한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을 하나의 선정적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 OO남 : OO녀와 같은 맥락

- 가시나, 지지배, 걸레 : 여성 비하적 표현이다.

△성평등한 대안

앞의 맥락에서 성차별적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성평등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 중성적인 표현으로 :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여성을 포함하는 경우, 혹은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표현하는 단어는 중성적인 단어로 바꾼다.
스턴트맨 → 실연 배우, 혹은 대역 배우
스포츠맨, 스포츠맨십 → 운동선수, 운동정신
내연녀, 동거녀 → 내연인, 동거인
친가, 외가, 친정, 시댁 →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 내 본가, 남편 본가
소녀가장 → 10대 가장

- 성적 함축성 없애기
레이싱걸 → 경주도우미
접두사 처녀 → 첫~ (예: 처녀작 ? 첫작품)

- 비하적 의미 없애기
아줌마 → 여성 (드라마에서 “아줌마”라 부를 땐 “여보세요” 등으로 고쳐 이름)
창녀, 매춘, 윤락녀 → 성매매 여성

<한겨레>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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