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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들어가세요, 뿅!”

등록 2007-09-12 18:00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매거진 Esc] 탁현민의 말달리자

가장 어려운 대화는 무엇일까? 일체의 표정, 간접적인 의사전달 수단이 배제된 채 오로지 말에 의해서만 소통해야 하는 상황. 바로 전화 통화다. 물론 요즘이야 얼굴 보며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고,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 말 그대로 온갖 ‘쇼’를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전화가 오면 귀에 갖다 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해서,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전화 대화법. 그중 인사편이다. 어찌 보면 대화란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나는 것이다. 생각건대 첫인사는 무난하고 거부감 없게 하는 것이 보편타당하지만, 마지막 인사가 의례적이거나 평범하면 나누었던 대화 전체가 왠지 형식적이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 그래서 대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무엇이든 특별하면서, 친근하면서, 확실한 정리를 할 수 있는 인사가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전화 대화는 단연 방송인 노홍철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 역시 그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부산스럽고, 정신없는 말투야 직접 대면했을 때나 전화 통화 때나 마찬가지.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전화를 끊기 전 노홍철이 했던 마지막 인사는 지금도 청량하게 나를 즐겁게 해준다. “네, 그럼 형님 들어가세요. 뿅!”

‘뿅’, 어떻게 이보다 듣는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인사가 또 있을까? 단지 한 단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런 인사야 말로 본 칼럼, ‘말 달리자’가 꿈꾸는 그런 말이 아닌가! ‘그럼 다음에 한번 뵙죠’, ‘언제 한잔하시죠’,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거나 하는 이런 상투적인 인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절대언어의 경지에 이른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에서 하는 인사는 ‘말’ 달리는 ‘고삐’와 같다. 잡아채고 당기고 후려치기 위해서는 고삐를 잘 잡아야 한다.

탁현민 /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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