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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 고민을 짬짜면하다

등록 2007-11-28 18:02

실존적 고민을 짬짜면하다
실존적 고민을 짬짜면하다
[매거진 Esc] 배달의 기수
비가 오면 가끔 춘장을 생각한다. 강화도에서 주계병(취사병) 노릇을 하던 1999년, 적지 않은 춘장을 땅에 파묻었다. 두세 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보급되는 춘장은 애물단지였다. 차라리 딸기잼이나 고추장을 더 줬으면 좋았을 게다. 보급날이 다가오면 고추장과 딸기잼이 떨어져 항상 근처 중대에서 꿔야 했다. 춘장을 볶는 일은 힘들었다. 엉터리 자장밥을 먹어야 하는 병사들은 더욱 고역이었다. 그러나 식단에 ‘임기응변’은 허용되지 않았다. 춘장은 자꾸 쌓여 갔다. 보급품이 필요이상으로 쌓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비오는 날마다 나는 춘장을 땅에 파묻었다.

지난 24일 배달시켜 먹은 ‘짬짜면’ 같은 발상이 군에서 허용됐다면 아까운 춘장을 버리지 않았을 게다. ‘짬뽕을 먹을까, 자장을 먹을까’ 하는 ‘실존적 고민’을 해결해 준 메뉴가 짬짜면이다. 이건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에 해당한다. 자장면과 짬뽕을 한꺼번에 먹을 수 없을까? 답. 한 그릇에 담으면 된다. 짬짜면의 존재 근거는 그릇이었다. 반으로 갈라진 형태의 그릇이 나오지 않았다면 짬짜면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짬짜면은 6∼7년 전 한 중국집 주인과 그릇공장 사장이 아이디어를 모아 짬짜면 그릇을 생산한 뒤 처음 등장했다고 마포구 공덕동 <금정>의 노팔삭씨는 설명했다. 노씨는 “짬짜면 그릇이 북아현동 일대에 대중화된 게 5년 전”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자장의 맛이 좀 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짬짜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식 자장 대부분은 지나치게 달다. 그러나 짬짜면이 등장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짬짜면·볶짬면·탕짜면 등 ‘한 지붕 두 가족 메뉴’들이 하루에도 25그릇 이상 팔린다고 노씨는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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