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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못 참겠다면 요리게임으로 때워 보라

등록 2008-01-23 23:57수정 2008-01-26 11:53

왼쪽부터 〈케이크매니아〉, 〈특급레스토랑 만들기2〉의 게임화면. 요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손님들을 빨리 서빙하는 요령이 중요하다. 사진 제공 네이버, 메가폴리.
왼쪽부터 〈케이크매니아〉, 〈특급레스토랑 만들기2〉의 게임화면. 요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손님들을 빨리 서빙하는 요령이 중요하다. 사진 제공 네이버, 메가폴리.
[매거진 Esc]<쿠킹마마>로 만두 굽고 <터보피자>로 혹독한 서빙, <쿠키샵2>로 식당 경영 시뮬레이션까지
밤 11시40분. 마감이 내일인데 기안서 작성은 진도가 안 나간다. 사무실 벽에 붙은 야식집 전단지가 나를 바라본다. 저녁식사를 7시에 했는데 웬 꼬르륵 소리? 하루하루 복부에 지방이 쌓이지만 야식의 유혹은 이기기 어렵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까지만 야식 먹고 내일부터 운동이다. 포만감. 이어지는 죄책감.

점선 따라 칼질, 터치펜으로 만두피 제작

당신이 거의 날마다 식욕과 벌이는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일주일에 하루는 야식 대신 요리게임으로 눈요기하는 건 어떨까. 치솟는 허기를 억누르기 위해 일단 닌텐도 디에스 게임 <쿠킹마마>로 만두를 굽자. 터치펜을 이용해 직접 요리를 한 뒤 ‘마마’에게 평가받는다. 메인 메뉴에 ‘요리를 하자’ ‘섞어 보자’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를 택한다. ‘구운 만두’에 도전했다. 터치펜으로 도마칼을 움직일 수 있다. 화면에 양배추가 등장한다. 주어진 점선에 따라 칼질을 해야 한다. 터치펜으로 만두피도 만든다. 지지고 볶는 소리는 꽤 사실적이다. 동작은 단순하지만 실제 요리 과정이 철저히 반영됐다. 음식을 다 만들면 ‘마마’가 평가한다. 양배추를 자르다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자 ‘마마’가 “걱정 마, 엄마가 다시 해줄게”라고 말한다. 말은 훈훈한데 눈에선 불꽃이 튀기니 긴장할 것.

허기를 잠재워 정신을 차렸다면, 식당 경영에 도전해보자. <터보피자>에서 혹독한 서빙을 겪으면 허기가 더 줄어들지 모른다. <터보피자>는 <쿠킹마마>에 비해 요리 동작은 단순하지만 식당 경영 기능이 들어 있다. 인테리어를 하고, 서빙을 하고 돈을 모아 가게를 꾸며야 한다. 미국 게임업체 오베론 미디어에서 만들었다. 주인공은 레베카와 로베르토. 스테이지마다 목표 점수가 제시된다. 피자는 치즈, 베이컨, 버섯 세 종류이다. 피자와 함께 음료, 커피, 케이크, 아이스크림도 판다. 첫번째 스테이지<는 여성 손님이 등장한다. 손님을 클릭했다. 고객은 메뉴판을 몇 초간 본 뒤 주문한다. 첫 주문은 치즈 피자. 레베카가 주문을 접수하면 구석에 서 있던 로베르토가 반죽을 한다. 치즈와 피자 반죽을 오븐에 집어넣는다. 피자가 완성되는 몇 초도 허비하면 안 된다.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아야 한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인내심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내심 막대가 바닥나면, 손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사라지고 돈을 잃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한 번에 여러 주문을 처리하는 ‘콤보’에 익숙해져야 한다. 콤보를 몇 번 하면 캐릭터가 숨을 쌕쌕거리며 땀을 닦는다. 로베르토가 반죽을 칠 때 밀가루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묘사는 압권.

스테이지를 끝낼 때마다 가게를 꾸미고 캐릭터 능력을 올리는 상품을 살 수 있다. 3000달러를 내고 ‘웨이터 코스’를 수강했다. 레베카의 발이 더 빨라졌다. 커피기계를 새로 사거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기계도 산다. 레벨이 올라가면 손님이 점점 까다로워진다. 두번째 스테이지에 골퍼가 손님으로 등장한다. 홀을 돌다 잠시 요기하러 들어왔다는 설정. 다시 그린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약하다는 경고가 뜬다. ‘미국적’인 설정이다.


아기용 의자가 없으면 아기가 빽빽 울고 …

피자 가게가 지겨워지면 빵집이나 일반 레스토랑 경영도 있다. <케이크 마니아>와 <디너대시2>인데 둘 다 오베론이 만들었다. <디너대시2>는 요리보다 서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얼마나 빨리 손님을 테이블에 앉히고 음식을 나르느냐가 관건. 게임을 시작하면 파란색 옷을 입은 여성 손님 두 명이 등장한다. 손님을 드래그해 테이블에 앉힌다. 이때 테이블과 옷 색깔을 맞추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디너대시2>는 손님 유형이 더 다양하다. 가족 손님의 경우 아기용 의자를 잽싸게 갖다 줘야 한다. 아기용 의자가 없으면 아기가 빽빽 운다. 아기 울음소리는 전파 모양으로 표시돼 옆자리로 퍼진다. 이 게임에서도 손님들의 인내력이 심장 모양으로 표시되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퍼지면 덩달아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인내력 지수가 내려간다. 시험삼아 손님을 테이블에 앉힌 뒤 주문을 받지 않았다. 잠시 뒤 인내심이 바닥난 손님들은 불같이 화를 내다 사라진다. 무료 음료를 제공하면 인내력 지수가 상승해 시간을 벌 수 있다.


〈쿠키샵2〉의 게임화면. 사진 제공 네이버, 메가폴리.
〈쿠키샵2〉의 게임화면. 사진 제공 네이버, 메가폴리.
<케이크 마니아>의 손님은 더 까다롭다. 사업가, 여대생, 할머니 순서로 인내력이 크다. 똑같이 들어와도 사업가의 인내력은 금방 바닥나지만 할머니는 천천히 줄어든다. 스테이지를 넘겨 돈을 모으면 인테리어나 비품을 보충할 수 있다. 500달러를 주고 컵케이크 제조기를 샀다. 다음번 스테이지부터 컵케이크가 생산됐다.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컵케이크를 갖다 주니 줄어들던 인내심이 연장됐다.

<디너대시2>와 <케이크 마니아> 모두 ‘장인’들이 거대 빵집·음식 체인에 대항한다는 줄거리를 가진 것도 흥미롭다. <케이크 마니아>의 주인공 질은 할머니가 운영하던 빵집을 물려받아 ‘메가마트’에 맞선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메가마트는 1995년에 존재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가구·전자제품 체인점이다. 공교롭게 농심의 대형할인점 이름도 메가마트지만 이 게임과는 무관해 보인다. <디너대시2>의 주인공은 악덕 부동산 업자와 싸운다. 부동산 업자는 식당 임대료를 세 배로 올린다. 부동산 업자는 “작고 보잘것없는 식당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리 없어. 빨리 멀티플렉스 푸드 코트를 만들고 말겠어”라고 말한다. <터보피자> <케이크 매니아> <디너대시2> 모두 한게임에서 1만7000원 안팎 가격에 다운받는다. 또는 100원에 일주일간 모든 게임을 체험할 수도 있다. <터보 피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6만 건에 이른다고 네이버는 밝혔다. <케이크 마니아>와 <디너대시2>도 누적 다운로드가 각각 30만여 건과 45만여 건이다.

캐릭터 능력 키워 왕실 요리사에 도전도

메가폴리의 <쿠키샵2>는 식당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쿠키랜드’의 캐릭터의 능력을 키워 왕실 요리사가 되는 것이 미션이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음식을 팔아 명성과 돈을 쌓아야 한다. 요리는 물론 레스토랑의 매출과 비용을 날마다 체크해야 한다. 직원에게 휴식, 청소, 요리를 명령한다. 신뢰도 낮은 직원은 해고도 할 수 있다. 요리와 경영을 모두 체험하는 롤플레잉 게임(캐릭터의 성격과 능력치를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이다. 몬스터와 전투도 한다.

‘요리 게임보다 리니지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게임에 필요한 요리 지식이 만만찮다. ‘쿠키랜드 왕궁 요리사단 협회’ 주최 요리사 시험 필기문제를 보자. 싱싱한 오이를 고르는 방법이 아닌 것은? 고기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냉동식품 고를 때 유의할 점은? 튀김냄비의 기름때 씻는 방법은?

디테일이 주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요리에 실패하면 평단이 “이번 기회에 다른 직업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나. 자네는 음식을 안 만드는 게 세계를 구하는 거네”라고 가차없이 질타한다. 이외에 <장금이의 꿈>도 한게임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 썰고 볶는 실제 요리 과정을 정밀하게 반영한 것으로 알려진 <천하일품 요리왕>(티3엔터테인먼트)은 아쉽게도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다.

‘상상으로 음식 먹기는 군대에서나 하는 짓’이라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 없다. 허균 같은 학자는 바닷가로 귀양 가서 거친 음식만 먹게 되자, 그전에 맛본 산해진미를 생각나는 대로 써서 1611년 <도문대작>이라는 책까지 썼다.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 없으므로 ‘도문’(도살장의 문)이나 바라보고 ‘대작’(질겅질겅 씹는다)하며 자위한다는 뜻이다. 광해군 시대의 식재료와 음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됐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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