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 냠냠사전-급한 자들이여, 무엇을 느끼는가
[매거진 Esc]요리 냠냠사전
삼각김밥〔명사〕일본의 전통 주먹밥 오니기리를 가공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 것.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90년대였으나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다 2000년대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80년대 일본에서 처음으로 오니기리를 삼각형으로 만드는 기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기계는 금세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속을 밥으로 감싸는 대신 그저 구멍을 뚫어 속을 채운데다 김이 밥에 달라붙어 쉬 축축해졌기 때문이다. 김을 밥과 나누는 포장술이 발명된 뒤에야 문제가 해결됐다. 주로 편의점에서 팔지만, 가정에서 직접 삼각김밥을 만들 수 있도록 삼각김밥틀이 판매된다.
편의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여전히 ‘정크푸드’라는 눈치를 받는다. 지난해 훼미리마트 조사 결과를 보면, 한 해 동안 4천만 개가 넘게 팔렸단다.
삼각김밥은 몇 분의 여유밖에 없는 마음 급한 학생과 직장인의 좋은 벗이다. 그러나 2006년 9월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와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전국 초·중학생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씁쓸하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717명(71.9%)은 저녁을 주로 편의점·매점(42.6%)이나 분식점(20%)에서 사먹었다. 음식을 먹는 건 문화적 경험이기도 하다. 그들이 느끼는 건 뭘까? 시인 유하 식으로 표현한다면, ‘그랑부르를 잃어버린 참치의 고독’?(‘참치죽이 있는 엘지25시 풍경’중)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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