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전 네팔 카트만두에서 벌어진 네팔 공산당의 거리 선거운동에 모인 시민들이 연설을 듣고 잇다. 에이피연합.
[매거진 Esc]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⑥ - 마지막회
통행세 받아 가로채다 진짜 게릴라들에게 추격당하는 해프닝도
네팔의 국교는 힌두교입니다. 지난번에 네팔 남부는 인도와 음식 문화가 비슷하다고 말씀드렸죠? 네팔 남부에서는 인도처럼 힌두교 신자가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종교는 불교입니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인 룸비니가 네팔에 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왕족이나 총리는 힌두교 부족에서 계속 배출돼 왔습니다. 2002년 비렌드라 왕에 이어 갸넨드라 왕이 즉위했습니다.
오늘은 네팔 총선 투표일이라네
힌두교 신자들이 많은 만큼 네팔에도 인도처럼 아직 카스트 제도가 일상에 남아 있습니다. 불교는 카스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교도들도 힌두교도들의 카스트 제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령 한 마을에 불교도와 힌두교도가 같이 산다고 칩시다. 불교도의 이웃집에 나란히 브라만(카스트에서 가장 높은 계급)과 바이샤(브라만보다 낮은 평민 계급)가 같이 산다면, 브라만은 바이샤보다 높은 계급인 만큼 상급자처럼 행동합니다. 옆집에 사는 불교 신자도 무의식중에 바이샤에게 브라만이 행동하는 것처럼 굴게 됩니다.
네팔 사회의 앞날을 크게 바꿀 총선 투표가 10일 있었습니다. 이번 총선으로 240년간 이어져 왔던 왕정의 폐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이날 총선 결과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네팔에서는 뜨거운 ‘표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팔에는 36개 부족이 있습니다. 각 정당들은 부족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부족별로 선거운동을 펼쳤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함부로 (정치적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오랫동안 무장투쟁을 벌였던 마오주의자들도 무기를 내려놓고 선거에 나섭니다. 저도 투표를 하고 싶지만 한국에 머무느라 못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는 총선 전에 이뤄졌습니다. 〈연합뉴스〉를 보면, 마오주의 네팔 공산당이 집권당이 됐습니다.)
마오주의자들은 주로 가난한 농민들이 많은 산악지역에서 활동합니다. 마오주의자들이 어느 정도 득세하는 이유는 네팔 정치인·공무원들의 부패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부패가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부패는 있습니다. 그러나 네팔은 상대적으로 좀더 심한 편입니다. 가령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데도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 더 빨리 발급받습니다. 시골 사는 사람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려면 며칠씩 걸어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다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하고 발급받는 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때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좀 주면 금방 발급받습니다. 마오주의자들이 빈민들로부터 자금을 받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부족 전체로부터 통째로 자금을 받을 때도 있고 마을별로 받을 때도 있습니다. 마오주의자들이 ‘통행세’를 받는 명목은 도로를 만들거나 수도를 놓는다거나 하는 일, 즉 정부가 하는 일들을 현 정부가 안 해주니 대신 자신들이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마오주의자들이 어느 정도 지지를 얻자 가짜 마오주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마오주의자 행세를 하면서 통행세를 받아 가로챕니다. 이 때문에 진짜 마오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더럽히는 가짜 마오주의자들을 잡으러 다니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다들 마오주의자들이 아주 오래전에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산골짜기에서 태어났지만 제가 태어난 1974년엔 마오주의자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어렸을 때 근처에서 마오주의자를 본 적도 없습니다. 90년에 네팔이 왕정에서 민주화된 뒤 야당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나중에 왕정의 탄압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이들은 90년대 중반 마오주의를 이념삼아 왕정을 향한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네팔은 지금 국가적으로 불교 관련 여행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룸비니입니다. 룸비니는 네팔과 인도 국경 근처에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팔 쪽에 있지요. 룸비니를 인도 땅으로 잘못 알고 있는 한국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룸비니는 네팔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룸비니 관광은 주로 인도 쪽 육로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직 인도 쪽 육로가 네팔보다 교통 상황이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네팔은 국가적으로 룸비니 관광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의 꿈은 고향에서의 자선사업
오늘이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네팔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식당영업이 잘되면 모르되, 만약 식당 영업이 잘 안 되면 비자 연장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1년씩 비자를 연장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지금처럼만 식당이 잘되면, 돈을 좀 모아서 자선사업을 벌이고 싶습니다. 아직 네팔의 시골에는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못 다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를 짓고 싶습니다. 지금도 네팔을 사랑하는 한국인들 가운데 네팔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마다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들이나 네팔 아이들을 후원하는 산악인도 있습니다. 저도 이처럼 뜻이 맞는 한국인들과 함께 네팔에서 자선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제 작은 꿈입니다.
구룽 네팔식 레스토랑 ‘에베레스트’ 대표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마오주의자들은 주로 가난한 농민들이 많은 산악지역에서 활동합니다. 마오주의자들이 어느 정도 득세하는 이유는 네팔 정치인·공무원들의 부패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부패가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부패는 있습니다. 그러나 네팔은 상대적으로 좀더 심한 편입니다. 가령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데도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 더 빨리 발급받습니다. 시골 사는 사람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려면 며칠씩 걸어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다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하고 발급받는 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때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좀 주면 금방 발급받습니다. 마오주의자들이 빈민들로부터 자금을 받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부족 전체로부터 통째로 자금을 받을 때도 있고 마을별로 받을 때도 있습니다. 마오주의자들이 ‘통행세’를 받는 명목은 도로를 만들거나 수도를 놓는다거나 하는 일, 즉 정부가 하는 일들을 현 정부가 안 해주니 대신 자신들이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마오주의자들이 어느 정도 지지를 얻자 가짜 마오주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마오주의자 행세를 하면서 통행세를 받아 가로챕니다. 이 때문에 진짜 마오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더럽히는 가짜 마오주의자들을 잡으러 다니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다들 마오주의자들이 아주 오래전에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산골짜기에서 태어났지만 제가 태어난 1974년엔 마오주의자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어렸을 때 근처에서 마오주의자를 본 적도 없습니다. 90년에 네팔이 왕정에서 민주화된 뒤 야당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나중에 왕정의 탄압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이들은 90년대 중반 마오주의를 이념삼아 왕정을 향한 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네팔은 지금 국가적으로 불교 관련 여행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룸비니입니다. 룸비니는 네팔과 인도 국경 근처에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팔 쪽에 있지요. 룸비니를 인도 땅으로 잘못 알고 있는 한국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룸비니는 네팔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룸비니 관광은 주로 인도 쪽 육로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직 인도 쪽 육로가 네팔보다 교통 상황이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네팔은 국가적으로 룸비니 관광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의 꿈은 고향에서의 자선사업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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