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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앞에서 상을 와장창 치우지 말라

등록 2008-06-19 00:11수정 2008-07-10 10:39

손님 앞에서 상을 와장창 치우지 말라
손님 앞에서 상을 와장창 치우지 말라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 서울 ‘한강 생태탕’
〈Esc〉가 독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광고와 실제 맛·서비스가 다른 식당’‘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맛·서비스가 다른 식당’(프랜차이즈 포함)‘부당한 첨가물을 넣거나 올바르지 않은 조리법을 사용하는 먹거리 업체’들의 참모습을 2주마다 엿볼 예정이다. 일본·미국의 특급호텔에서 일했으며, 문화·역사가 살아있는 요리를 사랑하는 중견 요리사 제트(Z)가 분석가로 동행한다.

‘맛 경찰’은 식당·먹거리업체 비평에 그치지 않고, 매회 외식 문화에 관한 주제를 잡아 대담한다. 맛 경찰의 목표는 ‘특정식당 죽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맛 경찰의 수사는 국가보안법이 아닌 ‘요리보안법’을 근거로 한다. 요리보안법 제1조는 ‘요리는 사랑’이다. 이제 ‘요리 공안정국’이 시작된다.


“불친절” 제보를 받고 요리보안법 제1조
‘요리는 사랑’에 근거해 서비스를 조사함


⊙ 피의자 : 서울 용산구 ‘한강 생태탕’
⊙ 혐의 : 심하게 불친절하다는 독자 제보. 한국 식당의 서비스에 대해 고찰함.
⊙ 조사내용 : 이 집은 돼지고기 목살과 생태탕 두 가지 메뉴로 입소문을 탄 집이다. 공중파 방송에도 소개됐다. 낮 12시10분께 방문했는데 다행히 5분 만에 자리가 생겼다. 80명이 넘는 손님들이 좌식 테이블을 꽉 채우고 있다. 생태탕이 1인분에 1만1000원이니 매출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요리사 제트(Z)는 국외에서 요리공부를 하다 잠시 귀국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 이곳을 처음 찾았다. 처음엔 ‘돼지 목살과 생태탕을 같이해?’라고 의심했는데 의외로 두 맛이 잘 어울려 놀랐다.

생태 내장이 붉은 색을 띠는 등 생태 상태는 나쁘지 않다. 밑반찬으로 구운 김·깍두기·배추김치가 딸려 나왔다. 생태탕이 끓기 시작하자 국자로 생태를 건져 올렸다. 그러자 종업원이 달려와 “아직 안 익었다. 우선 두부와 국물부터 드시라”며 손수 앞접시에 국물을 떠줬다.

돼지목살과 생태,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

제보한 독자는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데요?(웃음) 한국에서 맛집을 다니다 보면 ‘한국의 외식산업 수준에서 맛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서비스는 포기하자’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Z 유럽에서는 왕정이 무너지면서 궁정 요리사들이 레스토랑을 차리면서 외식산업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테이블 매너도 체계화 돼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따지려면 서양처럼 요리가 코스로 나와야 하는데, 한식은 음식을 쭉 깔아놓고 먹으니 특별히 지켜야 할 서비스라 할만 한 게 없는 셈이죠. 저쪽(서양)과 우리의 외식문화 자체가 다른 거죠.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리사님은 배추김치를 거의 안 드시네요?

Z 그러지 않아도 맛 보려 했어요. (한 조각 먹고 나서) 그저 … 그렇군요.(웃음) 김이 낫네요. 담근 김치는 아닌 것 같은데요.

깍두기 맛도 그저 그렇습니다. 반찬이 단품이니만큼 김치가 좀 더 맛있으면 좋을 텐데요.

Z 그러게요. 한식당 서비스의 문제는 머리카락이 불순물이 들어갔을 때 대처하는 데서 잘 드러나요.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항의하면 반응은 두 가집니다. “아 그래요”하든지 머리카락이 나온 반찬을 새로 갖다 주는 게 끝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는 문화가 없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손님의 불만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건데, 가령 “면을 다른 종류로 바꿔달라”고 손님이 요구할 때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거죠. 보통 한식당에선 말도 못 꺼냅니다. 손님을 가르치려고 하죠.

식사는 40분 뒤 끝났지만, 같은 자리에 앉아 계속 대화를 나눴다. 10여분 뒤 종업원이 와서 “빈그릇을 치워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양은냄비에 밥·국그릇·냅킨 등을 함께 담아 치웠다.

Z 저렇게 치우는 걸 저는 제일 싫어합니다. 손님이 먹던 그릇을 손님 눈앞에서 바로 치우는 건 좀 그렇죠.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종업원들에게 “손님상에서 하나로 몰아서 치우지 말라”고 주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식당이 꽤 많아요.

썩 보기 좋진 않네요.

Z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식당은 대체로 위생 상태가 상대적으로 나빠요. 어떤 요리사는 “돈 더 주고 좋은 데 가서 먹으라”고 하던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렴하게 먹는다고 지저분하게 먹어야 하는 건 아니죠. 여기도 보니 테이블 옆에 쓰레기통이 있네요. 쓰레기를 멀리 나르는 게 귀찮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쓰레기통에는 세균이 있는데 …. 이런 작은 것에 신경 쓰는 건 돈 드는 게 아니잖아요. 테이블 옆에 두려면 뚜껑을 두든지. 주방 요리사들이 깔끔하게 위생모를 쓰고 있는 것은 괜찮네요.


손님 앞에서 상을 와장창 치우지 말라
손님 앞에서 상을 와장창 치우지 말라

저렴한 식당은 꼭 지저분해야 하나

작은 배려의 결핍은 한강 생태탕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식당 일반이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봐야 옳다. 생태는 신선했지만 생태탕 국물은 썩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았다. 마늘을 지나치게 많이 쓴 것도 아쉬운 대목. 요리사 제트는 식사가 끝난 지 20분이 넘었는데도 “(마늘 때문에) 아직 위가 얼얼하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마늘을 많이 썼을까? 보통의 경우 마늘의 강렬함으로 조미료 맛을 가리느라 다량의 마늘을 사용한다.

Z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저는 음식의 맛은 기본재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밥맛이 아쉽네요. 밥이 맛있었나요?

맞아요, 똑같이 한 공기에 담긴 밥인데 일부는 떡지고 일부는 고슬거리는 게 마치 서로 다른 시점에 한 밥을 같이 담은 듯했어요.

⊙ 송치의견 : 독자 제보만큼 서비스가 나쁘지는 않았음. 냄비 치우는 모습이나 쓰레기통 등이 아쉬움. 생태는 신선했지만, 1인분에 1만1000원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싼 듯. 아울러 한식당들의 서비스 분발을 기대함.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이 서비스가 형편없는 식당, 광고와 맛·서비스가 다른 식당, 문제 있는 먹거리 업체에 대한 독자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할 곳: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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