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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유명무실?

등록 2009-07-15 19:32수정 2009-07-15 19:34

(왼쪽부터) 난시앙 찹쌀샤오마이,  딘타이펑 샤오롱바오.
(왼쪽부터) 난시앙 찹쌀샤오마이, 딘타이펑 샤오롱바오.
[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정통을 표방하는 만두전문점 딘타이펑과 난시앙 가격대비 맛 품평


◎ 조사 대상 : 만두전문점

◎ 조사 내용 : 만두를 야식이나 간식으로 즐기는 한국인이 많다. 그러나 만두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한 끼 식사다. 만두의 모양, 크기, 식감, 맛은 다양하다. 중국식 만두의 다양함에 빠진 사람들에게 ‘딘타이펑’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대만의 야시장 노점으로 출발해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꼽힐 만큼 성장했다. 한국에 들어선 이들 만두전문점은 정통을 표방한다. 이 때문인지 백화점, 마트 식당가나 시중의 평범한 만둣집에 비해 값이 비싸다. 정통을 표방하는 이들 만두전문점은 과연 값에 걸맞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만두전문점인 명동 딘타이펑과 난시앙 광화문점을 요리사 제트와 함께 찾아가 맛봤다. 딘타이펑에서는 돼지고기로 만든 샤오롱바오(10개 8500원), 냉면인 화승량미엔(7500원), 두툼한 만두인 차이로우(3개 5500원), 새우만두인 샤런샤오마이(10개 1만1500원), 돼지고기와 닭고기로 국물을 낸 샤런훈툰탕(7000원)을 주문했다.


요리사 제트(이하 제트) : 고 기자님 오기 전에 샤런훈툰탕을 먼저 시켰는데 도저히 못 먹게 나와서 다시 주문했어요.

고나무 기자(이하 고) : 그래요? 맛 담백한 게 괜찮은데요?

제트 : 지금 건 다시 주문해서 나온 거예요. 처음 주문했던 샤런훈툰탕은 채소가 오래됐거나 잘 다듬지 않았는지 뿌리 부분이 거무스름하더라고요. 국물도 너무 짜고. 대신 종업원들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불러서 채소 상태와 국물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주저 없이 다시 가져다주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이해 안 돼요. 다시 갖다준 건 맛이 괜찮은데. 항의 안 하면 평소에도 그냥 이렇게 주는 건가?

고 : 화승량미엔은 일종의 냉면입니다. 6월부터 파는 신메뉴라더군요.

왜 인천 차이나타운이 생각날까

제트 : 면은 괜찮아요. 국물은 그저그런 편이고요. 샤런샤오마이는 맛이 약간 특이합니다. 시큼한 맛이 있군요.

고 : 과연 특이하군요. 딘타이펑이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꽤 됐죠?

제트 : 그럼요, 오래됐죠. 들어온 지 4년쯤 됐을걸요? 이게 간판메뉴인 샤오롱바오입니다. 여기도 미묘하게 식초 맛이 있군요.

고 : 그 시큼한 맛이 잘 어울리지 않거나 불쾌한 맛인가요?

제트 :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좋지도 않습니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누르려고 시큼한 맛을 낸 건지 …. 이유가 궁금하군요.

고 : 화승량미엔 국물이 시원하군요.

제트 : 처음 주문해서 받은 화승량미엔 국물은 별로였어요. 너무 밍밍해서 제가 식초랑 겨자를 섞었습니다. 주문해서 바로 가져왔을 때는 국물을 먹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샤오롱바오는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좀 나는군요. 조심하세요, 샤오롱바오는 뜨거워서 입안에 바로 넣으면 안 됩니다. 육수가 터져나와서 입을 데요. 숟가락에 올려서 먼저 만두피를 조금 먹어서 뜨거운 국물을 먼저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샤오롱바오는 간이 약간 안 맞습니다. 10개 8500원에 먹을 맛은 아니군요. 샤오마이도 값을 생각하면 별로네요. 만두피와 고기가 따로 노는 것 같고요. 솔직히 인천 차이나타운의 작은 만두전문점이 훨씬 낫네요. 언론에 몇 차례 보도된 뒤 친구들과 인천 차이나타운에 간 적이 있습니다. 포자방이라는 만두전문점이었는데요, 값도 딘타이펑보다 싸고 맛도 훨씬 낫습니다. 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잡채, 당면, 고기 정도인데 만두피나 고기 맛의 조화가 훨씬 낫네요. 한국 딘타이펑이 대만 본점에 비해 훨씬 비싼 거 아닌가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난시앙 내부, 난시앙 물 주전자, 딘타이펑 내부, 딘타이펑 소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난시앙 내부, 난시앙 물 주전자, 딘타이펑 내부, 딘타이펑 소스.

고 : 지난해 10월께 대만 딘타이펑을 직접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샤오롱바오 10개가 180대만달러였어요. 원화가 약해진 지금 환율로도 7065원이니 한국 딘타이펑이 조금 비싸긴 하군요. 원조 딘타이펑도 너무 올랐다고 현지 가이드가 구시렁거리던데요. 하긴 <뉴욕 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서 맛집으로 선정할 정도니까요. 다만, 맛은 확실히 지금 한국 딘타이펑보다 훨씬 낫네요. 이제 난시앙으로 가 볼까요?

딘타이펑은 대만의 노점으로 출발한다. 수십 년 동안 노점에서 샤오롱바오를 팔다 1970년대 작은 점포를 냈다. 93년 <뉴욕 타임스>에서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한국에는 2004년 들어왔고 현재 강남·분당 등에 지점이 있다. 한국인이 뭉뚱그려 만두라고 부르는 것을 중국인들은 명확히 교자와 포자로 구분한다. 교자만 상대적으로 만두피가 얇고 작으며 포자는 만두피가 두껍고 크다. 딤섬은 한자로 ‘점심’(点心)인데 광둥 지역에서 먹는 작은 교자를 일컫는다. 주로 대나무통에서 쪄내며 크기가 작고 소가 다양하다.

‘난시앙’(南翔)은 1900년께 상하이 근교의 난시앙에서 시작됐다. 역시 샤오롱바오로 유명했다. 강남에 본점,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지점이 있다. 야채왕만두(3개 7000원), 찹쌀샤오마이(6개 9000원), 선육샤오롱바오(6개 8000원)를 주문했다.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같은 샤오롱바오가 대만에선 1000원 싸

제트 : 난시앙은 차사이가 기름지지 않아서 좋네요. 딘타이펑 차사이는 너무 기름졌거든요.

고 : 할라피뇨를 주는 게 특이하군요. 주문한 음식을 막 헤집다 보면 요리 분야 관련자라는 게 들통나겠군요. 예전에 한 특급호텔 식음 담당자에게서 들었던 얘긴데, 레스토랑을 새로 문 열거나 메뉴를 바꿀 때 세계 여러 나라의 특급 레스토랑을 도는 출장을 간다고 하더군요. 가령 뉴욕 출장을 가면 하루에 여섯 군데 이상 가서 먹어보는 거죠. ‘장 조지’ 등 내로라하는 곳을 다 다니는데, 그런 유명한 레스토랑은 워낙 식음 쪽 전문가들이 몰래 오는 일이 많아서 음식 주문하고 나서 헤집거나 서로 쑥덕거리다 보면 금세 들킨대요. 미리 취재하러 왔다고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경우에는 얘기 안 하고 하면 바로 나가라 그런대요. 가장 기본인 선육샤오롱바오부터 맛보죠. 딘타이펑의 기본메뉴와 같은 겁니다. 어떠세요?

제트 : 돼지 냄새가 심합니다.

고 : 원래 샤오롱바오에서 이렇게 돼지 냄새가 많이 나는 건가요?

제트 : 글쎄요, 대만에선 샤오롱바오에 아무것도 안 찍어 먹기도 한다던데요.

고 : 제가 대만 딘타이펑을 갔을 때도 굳이 간장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괜찮더라고요. 찹쌀샤오마이에서는 식초 맛이 강하게 나는데 그 사이를 뚫고 뭔가 약간 비릿한 끝맛이 남는군요. 아무튼, 샤오롱바오에서 돼지 냄새가 좀 나는군요. 야채왕만두는 어떠세요?

제트 : 역시 난시앙도 값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뛰어난 가격 대비 맛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송치 의견 : 두 곳 다 만두전문점을 표방하지만 만두 맛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만두전문점들이 전반적으로 딘타이펑과 난시앙의 만두보다 값도 싸고 맛도 더 낫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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