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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목에 꽃 피었네

등록 2008-10-29 19:44

돼지 목에 꽃 피었네
돼지 목에 꽃 피었네
[매거진 esc] 요리 냠냠사전
항정살[명사]돼지나 개 따위의 목덜미 부분 살. 쇠고기 등심 가운데 마블링(고기와 지방이 겹을 이룬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잘된 맛있는 부위를 꽃등심이라 부른다. 항정살의 마블링은 쇠고기 꽃등심을 닮았다. 한국인들은 유달리 삼겹살만 사랑하지만, 항정살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은 삼겹살 못지않다. 실제로 항정살은 고급 부위다. 기자가 지난 18일 찾은 서울 신촌의 한 돼지고깃집에서 항정살은 제주산 오겹살과 함께 1인분에 7000원으로 최고가 메뉴였다.

⊙ 관련어 : 천겹살. 축산과학원 김진형 박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항정살이라는 용어는 농림부가 돼지고기 부위를 새롭게 지정하면서 2004년에 만들었다. 항정살에 해당하는 부위를 축산업자들은 전통적으로 ‘천겹살’, ‘청목차돌’, ‘삼겹차돌’ 등으로 불러왔다. 천겹살이라는 말이 항정이라는 단어보다 항정살의 모양과 맛을 훨씬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렇듯 민중들의 언어가 젠체하는 학술어보다 훨씬 감각적으로 본질을 드러낼 때가 많다. 돼지 부속 고깃집에서 요새 많이 파는 오소리감투가 그렇다. 오소리감투는 오소리 털가죽으로 만든 벙거지인데, 돼지고기 위장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김 박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닮은 모양 때문이다. 돼지 위장은 바깥쪽이 맨들맨들하고 안에는 양배추 잎 겉면 모양의 주름이 나 있다. 이를 사람이 먹으려면 안팎을 까뒤집은 뒤 씻어 다듬어야 한다. 밖으로 드러난 위장의 주름이 오소리감투를 닮아, 돼지 위장을 오소리감투로 부르기 시작했다. ‘까뒤집은 돼지 위장’보다 훨씬 귀여운 작명이 아닌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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