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주’ 박정용 대표.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인간 반전
강좌·포털사이트 기획자에서 인디뮤직 공연 기획자로 변신한 ‘벨로주’ 박정용 대표
홍대 앞 후미진 곳에 ‘벨로주’라는 이름의 음악카페가 있었다. 별로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평일에는 차와 술을 팔고 살짝 그럴싸한 음악을 곁들여놓은 평범한 카페였다. 주말에는 햇볕 잘 드는 2층 좁은 공간에 70석 정도의 의자를 놓고 도란도란 인디 뮤지션의 라이브음악을 듣는 작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공연은 때로 동영상 파일이 되어 인터넷을 떠돌았다. 벨로주의 박정용 사장이 의도적으로 공연 영상을 뿌린 덕분이다. 핸드폰으로 막 찍은 영상이 아니라 제법 그럴싸한 음질, 그럴싸한 편집. 지금도 웬만한 인디 뮤지션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벨로주 공연 영상이 메인화면에 자주 잡힌다.
어릴 적부터 음악이 죽도록 좋았던 남자는 음악을 너무 많이 들었던 탓에 감히 음악을 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적당히 들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들었죠. 음악은 정말 잘하는 아이들의 세계 같았어요. 아마추어 같은 음악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찍 마음을 접었죠.”
첫 직장은 한겨레문화센터. 1998년 강좌 기획자로 입사해 2년간 다채로운 강의를 만들고 운영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있었고, 특히 음악평론가나 음악애호가들과 가까이에서 어울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때 만난 선후배들과 피시통신 음악비평 동호회 ‘얼트 바이러스’와 음악웹진 ‘웨이브’ 등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했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 좋아하는 사람끼리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냈다.
생업은 따로 있었다. 포털사이트가 무럭무럭 성장하던 시절, 라이코스와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9년여를 보냈다. 일의 재미도, 월급의 규모도 ‘정점’을 찍을 무렵, 그는 갑자기 사표를 내고 ‘물장사’를 시작했다. 남들은 의아해했지만, 그 자신은 전혀 의아하지 않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를 온종일 듣고 싶어 재즈바를 운영했던 것과 비슷한 심정이었어요. 저도 음악을 너무 좋아하니까 하루 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카페를 운영해보기로 한 거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도 음악을 참 좋아하는 분이셨는데, 자식들 키우느라 좋아하는 거 잘 못하고 사셨죠.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니까, 인생 뭐 있나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심이 아주 쉬웠어요.”
큰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음식 잘하는 형을 믿고 당시로선 생소한 음악카페를 홍대 앞 후미진 곳에 열었다. 퀴퀴하고 음습한 지하 음악다방 말고, 볕이 잘 드는 2층, 음식이 맛있는 카페형 음악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대출이 없으니까 한달에 200만~300만 정도의 수익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정도 수익을 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아버지 돌아가시는 모습 보니까
인생 뭐 있나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아야지 싶더라고요” 그래도 벨로주 시즌1 시절은 나름 즐거웠다. 벨로주 공연을 위해 다양한 인디 뮤지션을 만났고,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원하던 대로 하루 종일 볕 잘 드는 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소소한 행복, 손에 꽉 잡히는 행복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콘텐츠 기획자로 살았던 ‘기획하는’ 습관이 도졌다. 인디 뮤지션들과 어울리다 보니, 뮤직비디오는커녕 공연 영상도 변변히 만들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간 벨로주에서 공연 영상을 만들어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영상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제작비를 직접 부담하긴 어려우니까 기업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 ‘네이버’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집단이기도 하고, 채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을 풀어놓는 창구로서 적격이었다. “뮤지션들에게 일종의 명함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당신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냐 물으면 보여줄 게 필요하잖아요. 페스티벌 같은 데 가면 공연 전에 틀어놓을 영상도 필요하고요. ‘온 스테이지’ 영상은 1차로 네이버에서 서비스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뮤지션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레퍼런스 영상이에요.” 누구나 다 아는 음악이 아니라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무대. 벨로주의 박정용 대표는 네 명의 기획위원과 함께 ‘온 스테이지’에 설 뮤지션을 선별하고, 공연 영상 제작을 돕는다. 실력 있는 동영상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공연 소개하는
‘온 스테이지’ 일도 재미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음악카페예요
벨로주 시즌3을 만들고 싶어요” 온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동안 벨로주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홍대 후미진 곳에 있던 벨로주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온 스테이지’ 운영을 위해 과감히 접고 장소를 옮겨 재오픈했다. ‘온 스테이지’ 촬영이 가능한 천장 높은 공연장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음악카페가 아니라 같은 이름의 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벨로주에선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이 적절히 병행된다. “온 스테이지 일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결국 하고 싶은 건 음악카페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지금을 벨로주 시즌2라고 부르는데, 빨리 벨로주 시즌3을 만들고 싶어요. 시즌1과 시즌2의 장점을 잘 조화시킨 진짜 음악카페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직업을 바꿨다는 점에선 반전인데, 저는 사실 한번도 한눈을 팔아본 적이 없어요. 항상 음악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며 살고 있죠. 여기 있는 만천여장의 시디가 남들 눈엔 인테리어로 보이지만, 사실은 30년간의 제 역사예요. 365일 하루도 빼지 않고 30년간 시디를 한 장씩 사모아야 되죠. 저는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음악 들려주는 ‘판돌이’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음악을 사랑한 덕분에 ‘벨로주’라는 의미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박정용 대표. 참고로 벨로주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뮤지션 카에타누 벨로주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가 탐닉하는 음악의 세계는 참 넓고 깊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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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살아야지 싶더라고요” 그래도 벨로주 시즌1 시절은 나름 즐거웠다. 벨로주 공연을 위해 다양한 인디 뮤지션을 만났고,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원하던 대로 하루 종일 볕 잘 드는 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소소한 행복, 손에 꽉 잡히는 행복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콘텐츠 기획자로 살았던 ‘기획하는’ 습관이 도졌다. 인디 뮤지션들과 어울리다 보니, 뮤직비디오는커녕 공연 영상도 변변히 만들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간 벨로주에서 공연 영상을 만들어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영상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제작비를 직접 부담하긴 어려우니까 기업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 ‘네이버’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집단이기도 하고, 채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을 풀어놓는 창구로서 적격이었다. “뮤지션들에게 일종의 명함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당신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이냐 물으면 보여줄 게 필요하잖아요. 페스티벌 같은 데 가면 공연 전에 틀어놓을 영상도 필요하고요. ‘온 스테이지’ 영상은 1차로 네이버에서 서비스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뮤지션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레퍼런스 영상이에요.” 누구나 다 아는 음악이 아니라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무대. 벨로주의 박정용 대표는 네 명의 기획위원과 함께 ‘온 스테이지’에 설 뮤지션을 선별하고, 공연 영상 제작을 돕는다. 실력 있는 동영상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공연 소개하는
‘온 스테이지’ 일도 재미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음악카페예요
벨로주 시즌3을 만들고 싶어요” 온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동안 벨로주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홍대 후미진 곳에 있던 벨로주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온 스테이지’ 운영을 위해 과감히 접고 장소를 옮겨 재오픈했다. ‘온 스테이지’ 촬영이 가능한 천장 높은 공연장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음악카페가 아니라 같은 이름의 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벨로주에선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이 적절히 병행된다. “온 스테이지 일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결국 하고 싶은 건 음악카페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지금을 벨로주 시즌2라고 부르는데, 빨리 벨로주 시즌3을 만들고 싶어요. 시즌1과 시즌2의 장점을 잘 조화시킨 진짜 음악카페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직업을 바꿨다는 점에선 반전인데, 저는 사실 한번도 한눈을 팔아본 적이 없어요. 항상 음악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며 살고 있죠. 여기 있는 만천여장의 시디가 남들 눈엔 인테리어로 보이지만, 사실은 30년간의 제 역사예요. 365일 하루도 빼지 않고 30년간 시디를 한 장씩 사모아야 되죠. 저는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음악 들려주는 ‘판돌이’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음악을 사랑한 덕분에 ‘벨로주’라는 의미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박정용 대표. 참고로 벨로주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뮤지션 카에타누 벨로주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가 탐닉하는 음악의 세계는 참 넓고 깊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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