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_대중문화의 중심, 힙합의 매력 속으로
래퍼 ‘팔로알토’와 마니아들이 짚어본 힙합 열풍
감성 솔직히 드러내는 랩에
기존 음악 흡수하며 인기
힙합 일부분일 뿐인 ‘디스’만
자극적으로 다룬 방송은 흠
래퍼 ‘팔로알토’와 마니아들이 짚어본 힙합 열풍
감성 솔직히 드러내는 랩에
기존 음악 흡수하며 인기
힙합 일부분일 뿐인 ‘디스’만
자극적으로 다룬 방송은 흠
24일 힙합 뮤지션 ‘팔로알토’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힙합 레이블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서울 논현동 작업실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04년 데뷔한 ‘팔로알토’(본명 전상현·32)는 현재 한국 힙합신의 대표 뮤지션이다. 개인의 삶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랩에 녹여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앨범 <치프 라이프>(Chief Life)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을 받은 그는, 같은 해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엠넷의 <쇼미더머니 4>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한국대중음악상 쪽은 “한국 힙합 장르 음악 시장의 소중한 버팀목 같은 인물로 자리 잡았다”고 그를 평가했다.한국에 몰아닥친 힙합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24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논현동의 ‘하이라이트레코즈’를 찾았다. 하이라이트레코즈는 팔로알토가 2010년 세운 힙합 전문 레이블로 레디, 허클베리피, 지투 같은 실력파 래퍼들이 소속돼 있다. 인터뷰어로는 평소 힙합 음악을 귀에 끼고 산다는 대학생 양길성(25)씨와 김안수(27)씨가 참여했다. 양길성(이하 양) 중고등학생 때부터 랩 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때에는 분명 주류가 아니었는데 최근 그야말로 열풍이 됐다. 팔로알토(팔) 우선 <쇼미더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대중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힙합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만큼 관심이 생긴 거다. 힙합 유행이 처음 있는 현상은 아니다. 10여년 전에 타이거 제이케이(JK), 리쌍, 다이내믹 듀오가 활동했던 ‘무브먼트’라는 크루(협업·교류하는 힙합 가수들의 집단)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 뒤로 한동안 힙합이 침체기였는데 방송이 다시 불을 붙인 거다. 김안수(김) 힙합 자체가 매력이 없다면 아무리 방송에 나와도 인기를 끌지 않았을 거다. 팔 맞다. 힙합이 대중들을 대리만족시켜준 측면이 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을 랩에선 표현해준다. 힙합의 포용력도 한몫을 한 것 같다. 기존에 있던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해석해 끌어안기 때문에 다른 음악 장르보다 포용력이 크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양 흑인들만 즐기던 음악인데, 포용력이 넓어진 게 신기하다. 팔 원래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빈민가에서 소수만이 즐기던 음악이었다. 당시만 해도 힙합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유행하게 되니 인종과 국가, 직업을 다 초월해버렸다. 주류가 된 뒤 여러 문화를 흡수하면서 발전해나가게 된 것이다. 랩만 해도 자기의 감성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라임의 운율감이 주는 희열과 재미가 있다. 래퍼 각자마다 개성 있는 랩을 하니 듣는 재미도 있다. 그라피티, 비보이, 디제이 등 다른 힙합 요소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도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힙합의 음악적인 부분을 넘어 문화적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양 힙합의 요소가 다양한데, 한국선 랩만 유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팔 래퍼들이 주목받는 건 ‘셀러브리티’(유명인)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쩔 수 없이 무대에서 관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우리 용어로 ‘무브 더 크라우드’라고 하는데 관객을 리드하는 게 래퍼의 역할이다. 목소리를 사용한 랩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과거엔 오히려 비보이가 더 각광받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도 해주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작품도 인기를 끌지 않았나. 양 래퍼들끼리의 ‘디스전’에 대중들의 관심이 많다. 팔 방송에서 힙합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방송 덕분에 창작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디스와 같은 힙합의 일부분만을 자극적으로 다룬 것도 사실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나도 방송 보면서 불편했다. 래퍼들이 ‘싸움닭’처럼 보이더라. 세상에서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지 않나. 방송사에선 그렇게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를 극대화했다. 디스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투팍’이 죽지 않았나. 힙합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런 디스전을 배틀(경쟁)화한 것도 문제다. 랩 배틀은 룰이라도 있지 디스전은 개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완전히 다른 건데 래퍼들이 디스 배틀을 해야 하는 것처럼 비쳤다.
팔로알토(가운데)가 인터뷰에 참여한 대학생 양길성(왼쪽), 김안수(오른쪽)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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