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마크 정식’을 직접 만들어보았다. 이정국 기자
직장인 김혜미(29)씨는 최근 ‘마크 정식’에 푹 빠졌다. 마크가, 또는 마크로 만든 정식도, 마크라는 식당에서 파는 정식도 아니다. 아이돌그룹 갓세븐(GOT7) 멤버 마크의 한 팬이 그의 이름을 따와 만든 음식이다. 포털에서 ‘마크’를 검색하면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먼저 뜨는 것을 보고 ‘오빠’가 먼저 검색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이 음식의 재료는 모두 4가지. 스파게티 컵라면, 자이언트 떡볶이, 프랑크소시지, 스트링치즈다. 모두 편의점에서 판다. 자이언트 떡볶이만 씨유(CU)의 피비(PB·자체생산) 상품이고 나머진 어느 편의점에서든 살 수 있다. 김씨는 “한번 먹어보라. 묘한 매력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먹는다”고 강력 추천했다.
직접 만들어봤다. 떡볶이는 뜨거운 물과 소스를 부어, 전자레인지에 3분간 돌린다. 스파게티는 스프를 빼고 뜨거운 물을 넣어 면만 익힌다. 익은 떡볶이에 면을 붓고 스파게티 스프를 넣어 잘 섞어준다. 그 위에 소시지를 잘라 얹고, 치즈를 찢어 ‘우물 정(井)자’로 장식하면 된다. 그 상태로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려주면 완성.
뒤적뒤적하고 먹어보니, “풋” 하고 웃음이 먼저 터졌다. 이게 무슨 맛이야. 매콤달콤한 고추장과 새콤달콤한 토마토소스가 섞였는데, 거기에 치즈의 느끼함과 소시지 특유의 훈제고기 향이 녹아들었다. 한 젓갈 먹었을 땐 거부감이 일었는데 먹다 보니 ‘어라?’ 하면서 계속 먹게 됐다. 포장지 네 개에 적힌 열량을 대충 계산해 보니 1500㎉. 하루 권장열량이 성인 여자는 2000㎉ 안팎, 남자는 2500㎉ 안팎이니 자주 먹으면 큰일날 듯싶었다.
수의사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원장은 편의점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전 꼭 콜라를 약간 부어준다. “음식이 훨씬 촉촉해지면서 감칠맛이 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갈비찜 같은 음식에 콜라를 쓰기도 하니 수긍이 간다.
편의점 음식을 섞고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학생 이민정(23)씨는 냉동 리소토를 데우기 전에 청양고추를 하나 썰어 넣는다. 느끼함도 가시고 훨씬 맛있다고. 특히 냉동식품 같은 느낌이 안 나서 좋단다. <편의점 요리 120>을 쓴 편의점평론가 채다인씨는 내열 용기에 세븐일레븐 다코야키와 통조림 옥수수를 넣고 스트링치즈를 얹어 전자레인지에 치즈를 녹인 다음 먹는 ‘다코야키 그라탕’을 추천했다.
이렇게 다른 종류의 음식을 섞어 먹는 것을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괴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바람직한 식문화는 아니라고 평한다. 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조합하는 ‘편의점 조리법’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관련 책도 여럿 나왔고 편의점 음식을 다룬 <편의점 만화왕>이란 웹툰도 인기다. ‘호모 컨비니쿠스’(편의점 인간)의 호기심이 편의점 음식을 어디까지 발전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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