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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운동과 명상을 한꺼번에! 돌아온 연날리기

등록 2017-09-14 11:50수정 2017-09-14 14:20

한동안 사라졌던 연날리기 최근 부활 조짐
이색 레포츠 ‘스포츠 카이트’ 즐기는 사람들
“바람의 움직임까지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지난 9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스포츠 카이트 동호회 '카이트윙스'의 동호인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지난 9일 인천 청라호수공원에서 스포츠 카이트 동호회 '카이트윙스'의 동호인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연은 정말이지 단순한 장난감이다. 필요한 것이라곤 종잇조각, 대쪽, 실이 전부다.

그런 게 사람의 마음을 어디로 띄운다든지 하는 데서 기쁨이 오는 것이다. 1977년 2월19일치 한 일간지에는 아동문학가 김영자가 사라져가는 연날리기 전통을 아쉬워하며 원로 언론인 유광렬에게 묻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연이 이즈음 뜸해진 것은 무슨 까닭인가요?

“첫째, 장소가 있어야지요. 북악산이나 낙산으로 올라가야 할 테니….”

-둘째 이유는요?

“활발한 놀잇감과 운동기구가 많아진 탓이지요.”

한동안 도시에서 연이 사라졌던 것은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40년 전 전통주의자의 근심이 무색하게, 2017년 연날리기는 도심 한가운데 돌아와 있다. 스카이라인은 빽빽이 높아져 연을 날릴 만한 장소는 더 적어지고 온갖 휘황한 놀잇감이 판을 치는 지금이지만, 한강 변에 나가면 연을 날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 하면 방패연과 가오리연 등 전통 연을 상상하기 쉽지만 지금 연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새·물고기·문어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 연이다. 가끔은 너비가 2~3m에 달하는 대형 연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색 레포츠로 줄이 2줄 혹은 4줄인 연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제어와 비행이 가능한 ‘스포츠 카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한강 망원지구에서 만난 김영진(36)씨는 연날리기 예찬을 늘어놓았다. 관심이 생긴 것은 티브이(TV)에서 연날리기가 취미라고 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나서다. 그 뒤에 한강에 나왔다가 연을 한번 날려봤다. 그는 “고리타분한 민속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명상과 운동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멋진 취미”라며 “하면 할수록 더 높이 올리고 싶다. 닿지 않는 높은 하늘 가운데 바람의 움직임까지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연희(42)씨는 6살 자녀에게 연을 쥐여주면 두어 시간은 잘 논다고 했다. 프리랜서라는 그는 사람 없는 평일 오후의 연날리기를 선호한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운동량이 요구돼 만날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의 허리 건강에도 좋다”며 웃었다. 얼마 전 남편이 한강 둔치에서 우연히 곡예비행을 하는 스포츠 카이트를 본 이야기를 한 뒤엔 스포츠 카이트에도 관심이 생긴 참이다. 조만간 연을 구입해 독학해볼 생각이다.

카이트(kite. 연) 제조업체 아이엠카이트의 임경숙 대표는 “지난 1~2년 사이 판매량과 문의가 늘었다”며 “스포츠 카이트의 경우 아직 개인적으로 즐기는 분들이 적지만, 외줄 연날리기는 대중적 생활레저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한 기사에서 유광렬은 말했다. “연은 고운 운동, 조용한 놀이이지. 그러면서도 신성한 감각을 안겨주는 (…) 연은 소리개 연 자를 쓰는데, 소리개처럼 한가롭고 기운차다는 뜻이 있어요. 하늘을 알게 하고 바람을 알게 하고, 그러면서 편안한 대자연을 상징하지요.”

지난주 ESC팀은 넓은 하늘 아래서 팀 비행을 하는 스포츠 카이트 동호인들을 만났다. 친구와 가족들과 한강 변에서 연을 날리고, 매주 모여 방패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여전히 민속 연을 보존하고 만드는 사람도 만났다. 새롭게 대중화한 연날리기는 이제 자연을 벗 삼는 놀이라기보다 운동성을 강조한, 좀더 동적인 스포츠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했다. 이들이 연날리기의 장점으로 꼽는 것도 여느 취미 레포츠의 장점으로 으레 꼽히는 것과 비슷했다. 운동 삼아, 손맛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등. 그러나 일단 연이 하늘로 날아가고 팔로 미세하게 실을 조종하며 하늘에 떠 있는 연을 홀로 마주한 이들을 보고 있으면, 연날리기는 여전히, 곱고 조용한 놀이처럼 보였다. 종잇조각이 비닐과 나일론으로, 대쪽이 카본으로, 실이 낚싯줄과 합성섬유로 바뀐 지금도.

Kite

연. 종이 혹은 천에 뼈대를 붙여 실을 맨 다음 공중에 높이 날리는 장난감. 솔개 연(鳶)자를 씀. 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광범히 분포돼 있음. 최근에는 명절에 즐기는 민속놀이보다 대중적인 레포츠로 각광. 연의 운동성에 주목한 서구권의 ‘스포츠 카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짐.

글 이로사 객원기자 leeros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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