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연보존회 노순 사무국장.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민속연보존회 노순 사무국장이 들려주는 우리 연의 비밀
사단법인 한국민속연보존회 노순(39) 사무국장은 3대째 연을 만들어오고 있는 젊은 연 장인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할아버지 노유상(2011년 작고)옹과 아버지 노성규(2004년 작고)씨로 이어온 가업을 물려받았다. 컴퓨터를 전공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노 국장은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젊은 나이에 비해 풍부한 연 지식을 갖고 있는 그와의 문답을 통해 한국 전통 연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았다.
-전통연인 방패연이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디자인이라던데.
“맞다. 세계 어디에도 그런 네모난 연은 없다. 대부분 공기 흐름을 잘 타기 위해 세모꼴인 가오리연 형태를 갖고 있다. 왜 한국에서 이런 독특한 모양의 방패연이 나왔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연에 붙이는 살은 왜 조금씩 성질이 다른가?
“힘을 많이 받는 머릿살이 가장 탄성이 좋고 강하다. 상대적으로 허릿달(연의 허리에 붙이는 대)은 얇고 약한 대나무를 쓴다. 연 머리는 가장 힘을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튼튼해야 하고, 허리는 바람이 방구멍을 통해 왔다갔다 하면서 자유자재로 연의 형태가 변해야 하기 때문에 얇은 대나무를 쓰는 것이다. 사람도 허리가 얇은 사람의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가볍지 않나. 연도 똑같다. 허리가 두꺼우면 연이 못 뜬다.”
-‘넉살 좋다’는 말이 연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연은 허릿달이 없어도 뜬다. 실제 바람이 강한 강화도에선 연날리기 마니아들이 허릿달이 없는 연을 띄운다. 살이 4개만 있어서 넉살이라 불렀다. 그런데도 연싸움에서 승률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넉살 강화연 좋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것이 나중에 ‘넉살 좋다’라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방패연의 장점이 있나?
“가오리연 형태보다 상대적으로 바람을 많이 받는 구조다. 바람을 타기보다는 바람을 이겨내며 움직이는 형태다. 띄우기가 어렵지만 일단 뜨면 바람의 힘을 많이 받고, 조종이 자유자재로 가능해 연싸움에 유리하다. 또 바람을 이겨내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높이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방패연 가운데 있는 방구멍의 용도는?
“방구멍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다. 방구멍 때문에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주기 때문에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강한 바람에도 연이 상하지 않는다.”
-방패연의 꽁숫구멍의 역할은 뭔가?
“꽁수와 연결된 꽁숫줄이 바람에 의해 연이 뒤집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꽁수의 위치는 용도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연싸움을 할 때는 머리 쪽으로 좀더 올린다. 연 머리에 좀더 힘을 주기 위함이다. 정확한 어원은 문서로 남아 있지는 않아 알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씩 구멍 위치가 바뀌는 것을 볼 때 ‘꼼수’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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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연은 왜 상대적으로 큰가?
“환경적인 영향이다. 연에 최적화된 한지와 가볍고 탄성이 좋은 대나무가 풍부했던 동양권은 연이 작아도 뜰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무거운 천을 사용했던 서양은 무게를 이기기 위해서 무거운 나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점점 연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입체 모양의 연도 발명됐다. 결국 이게 행글라이더로 이어지고 비행기 발명의 초석이 됐다. 환경이 나쁠수록 과학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Kite
연. 종이 혹은 천에 뼈대를 붙여 실을 맨 다음 공중에 높이 날리는 장난감. 솔개 연(鳶)자를 씀. 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광범히 분포돼 있음. 최근에는 명절에 즐기는 민속놀이보다 대중적인 레포츠로 각광. 연의 운동성에 주목한 서구권의 ‘스포츠 카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짐.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