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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비장한 한국, 경쾌한 일본

등록 2006-06-09 18:50수정 2006-06-09 20:59

오태규 선임기자
오태규 선임기자
오태규 선임기자의 라인강 편지

“좋은 손님이 오면 날씨가 맑아진다”는 독일 속담이 있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독일 날씨는 최상입니다. 공원 풀밭과 강변에는 귀한 햇볕을 몸에 담아 두려는 선남선녀들의 훌훌 벗은 모습이 자주 눈에 뜁니다. 살짝살짝 곁눈질해 봅니다. 우리네 기준으로는 풍기문란에 해당하지만, 그들은 햇볕이 더 소중한 모양입니다.

독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각국 선수들의 몸놀림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8일 오전(한국시각)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한국팀의 훈련을 보고 난 뒤, 40~50분 가량 아우토반을 달려 일본팀 연습장인 본의 노르트 스포츠파크에 가봤습니다. 두 팀의 분위기 속에 ‘가깝고도 먼 나라’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일본 팀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은 대단했습니다. 400여명의 구경꾼 속에는 독일 시민도 100여명 정도 섞여 있었는데, 이 중 몇몇은 계속 “야판(Japan), 야판”을 외쳐댔습니다. 일본 기자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나라 기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팀의 연습장에는 한국 기자 100여명 외에 다른 나라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외국에 나가 보면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점이지만, 국력의 차이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일본은 독일의 비스마르크 정권을 모범으로 삼아 메이지유신을 단행하고, 2차대전도 독일과 함께 싸운 동맹국의 일원이었으니까, 독일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남다르겠지요.

선수들의 표정도 달랐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에는 4강 신화의 재현은 아니더라도 16강에는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의 높은 기대와, 졸전을 펼친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 대한 부담이 선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반면, 일본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가벼움과 자유가 느껴졌습니다. 개인기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브라질 출신 지쿠 감독의 철학이 침투된 탓이 크겠지만, 우리와 같은 비장함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팀은 이날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첫 경기(12일)에 대비해 공개리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원톱을 막는 수비연습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은 이날 토고와의 첫 경기(13일)에 대비해 비공개 전술훈련을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들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양강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대회는 두 나라 간 선의의 경쟁장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12, 13일 잇달아 열리는 첫 경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긴장의 한국과 경쾌의 일본, 누가 ‘아시아의 자존심’으로 떠오를까요? 본에서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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