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개막 D-2 〈중〉우승컵을 내품에
“정규리그 상위권팀이 손해를 보는 6강 플레이오프 제도는 잘못됐다.”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K리그 흥행을 위한 제도라지만, 정규리그 6위가 K리그 챔피언에 오를 수도 있는 약점을 안고 있다. 지난 시즌 1위 성남, 2위 수원은 포스트시즌에서 5위 포항 스틸러스, 꼬집어 말하자면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에게 연이어 무너져 우승을 내줬기에 더 억울했을 것이다. 어쩌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럼 왜 5위 파리아스 감독을 이기지 못했느냐”는 얘기가 더 거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빠른 패스와 공간지배를 통한 ‘파리아스 공격축구’에 완패를 당한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파리아스가 ‘K리그 2연패’ 출사표를 던졌다. 새롭게 바뀐 트로피를 보더니, “트로피가 아름답다. 포항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여유까지 보였다. 지난해 우승 주역 따바레즈와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이 포항을 떠났는데도, 파리아스 감독은 데닐손이란 골잡이 영입에 만족해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감독들은 2008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도 노리는 파리아스 감독에게 K리그 우승컵까지 또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김학범 성남 감독은 “올시즌엔 최다득점과 최소실점을 해보겠다”고 했다. 우승 의지의 또다른 표현이다.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 차범근 수원 감독도 “지난 두 시즌엔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조재진·최태욱·강민수 등 공수 전력을 보강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도 “부상선수가 거의 없어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우승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감독신인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언론에서 파리아스 매직(마술)이란 말을 하는데 파리아스는 꼭 이기고 싶다”며 국내 감독의 자존심을 앞세웠다. 3년 야인생활을 끝내고 K리그로 돌아온 조광래 경남FC 감독은 “외국 감독에게 우승을 내준 것을 보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감독들은 전·현직 국가대표들로 선수를 구성한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FC서울 감독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알툴 베르날데스(브라질) 제주 유나이티드 신임 감독도 6강 진입을 목표로 내세워 국내 감독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감독(11명)과 외국인 감독(3명)간의 상위권 다툼 뿐 아니라 얽키고 설킨 스타 감독들의 대결도 볼만해졌다.
마흔살 황선홍 감독은 자신을 대표팀에 뽑은 김정남(울산), 94미국월드컵 시절 김호(대전), 98프랑스월드컵 시절 차범근 감독과 사제대결을 펼쳐야 한다. 과거 수원 삼성(김호 대전 감독)과 안양 LG(조광래 경남FC 감독) 사령탑 시절부터 으르렁댔던 두 감독의 재접전도 흥미로워졌다. 국제전화 광고모델 경쟁까지 벌인 차범근 수원 감독과 귀네슈 FC서울 감독의 경기도 흥행카드다. 대표팀 시절 같은 방에서 지낸 선배 조광래 감독에게 “그때 심부름값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다”는 변병주 대구 감독의 농담섞인 각오도 지켜볼 일이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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