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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전지훈련 선수들에게 ‘세상’을 보여주자

등록 2007-09-12 20:51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2005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때 일이다. 한국은 7~8위 전으로 밀리는 바람에 예정보다 이틀 가량 빨리 경기를 마쳤다. 선수단 사이에서 조기 귀국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코칭스태프는 “성적도 안 좋은데 빨리 떠나자”고 했다. 코트에 나서기 보다는 밥 짓고 빨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신참 선수들도 “한국 가서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조바심을 냈다. 하지만 유동화 단장(당시 대한핸드볼협회 상임부회장)은 “역사 깊은 도시에 왔는데, 선수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했고, 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덕분에 대회 기간 내내 숙소와 경기장만 왔다갔다 하던 선수들은 러시아 옛 발자취를 둘러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먹고 자고 운동만 하는 것은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또 프로선수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은퇴 프로농구 선수는 “현역 시절 30개 나라도 더 가봤지만 관광다운 관광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푸념했다.

2005년 가을, 한 프로농구 구단의 일본 나고야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선수들은 아침 먹고 훈련,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오후에는 연습경기 갖는 일상이 반복됐다. 짬나는 저녁 땐 고참 선수 몇몇만이 슬롯머신에 매달려 따분함을 달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7세기 초에 재건축한, 일본 3대 성으로 꼽히는 나고야성이 지척에 있었지만 아무도 갈 수 없었다.

2006년 가을, 또다른 구단의 중국 전지훈련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2개 팀과 중국 2개 팀이 모여 친황다오에서 대회를 치렀다. 친황다오는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찾았다는 해안도시다. 그러나 선수들은 숙소와 체육관을 벗어날 수 없었고, 며칠 뒤 베이징으로 옮겨서야 겨우 반나절 쇼핑한 게 과외 일정의 전부였다.

가을 바람이 불면서 프로농구 전지훈련 시즌이 시작됐다. 10개 구단은 연습 상대를 찾아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마음은 비장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선수들에게 견문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 딱 하루만이라도 말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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