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휴대전화 컬러링부터 밝고 경쾌하다. 홈경기가 끝난 뒤 팬들을 위한 이벤트에선 가장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을 둔 학부모다. 프로농구 선수 중엔 두살 많은 이창수(울산 모비스) 다음가는 고참이다. 하지만 문경은(서울 SK)은 여전히 ‘람보슈터’다. 지난 주말엔 프로농구 정규시즌 통산 8500득점도 넘어섰다. 서장훈에 이은 두번째 대기록이다.
사실 그는 요즘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코트에 투입돼 시원한 3점슛을 펑펑 쏘아댄다. 이번 시즌 1경기만 빼고 21경기에 나서 평균 16분 동안 9.9점을 넣었다. 한창 물이 오른 후배들 틈바구니에서도 3점슛 10위와 성공률 7위에 올라 있다. 김진 감독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문경은은 “팀에서 조미료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식스맨상을 받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소금이고 후추다. 그에겐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는 무게잡는 걸 싫어한다. 후배들에게 “내가 네 나이 때는…” 하면서 일부러 거들먹거려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
그도 한때는 팬들을 구름떼처럼 몰고다녔다. “풀타임을 뛰고난 뒤 열광하는 팬들 사이를 뚫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곤 했다”고 추억했다. 그 팬들은 아직도 체육관을 찾는다. 대체로 10년 넘은 팬들이고, 20년 된 팬도 있다. 물론 회한도 남아 있다. 그는 “지금 딱 상무를 막 제대한 스물일곱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땐 노련미도 없이 그저 힘으로만 뛴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남은 목표가 있다. 마흔까지 선수로 뛰어 1만득점을 채우는 것이다. “따져보니 매경기 10점씩 넣는다고 해도 3년이 걸리더군요. 쉽진 않겠지만 도전해보려구요.”
문경은은 “외동딸 진원이에게 아빠는 오빠처럼, 엄마는 언니처럼 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꿈을 가진 ‘만년 청춘’이고, ‘영원한 람보슈터’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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