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27일 광주 남부대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 겸 국가대표선발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들어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자유형 400m서 올해 세계4위 기록
“올림픽 자신있다” 출전 의지 비쳐
체육회 “규정은 규정”이라며 선그어
“올림픽 자신있다” 출전 의지 비쳐
체육회 “규정은 규정”이라며 선그어
“금메달을 따겠다는 것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박태환(27)이 27일 광주 남부대수영장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 겸 국가대표선발전 일반부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들어온 뒤 밝힌 소감이다. 박태환은 이날 3분44초26에 들어와 2위 권오국(3분56초91)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1500m, 200m에 이어 대회 3관왕에 올랐으며, 역시 리우올림픽 티켓을 보장하는 A기준기록(3분50초44)을 충족했다. 또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올해 남자 자유형 400m 세계랭킹 1위 기록은 맥 호튼(호주)이 지난 7일 호주대회에서 세운 3분41초65다.
박태환은 경기 뒤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노력했다.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래서 더 훈련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14년 아시안게임 뒤 도핑 적발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지난달 2일 풀렸다. 그동안 제대로 된 수영훈련을 할 수 없었다. 최근 6주간 호주에서 한 훈련이 그래도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럼에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400m 3위 입상 기록(3분44초88)을 크게 앞당겼다. 도핑 파문 이이 겪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훈련 차질 등을 고려하면 그가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태환은 “개인적으로 전체 기록만 보면 아쉬운 감은 있다. 이것보다 더 잘 나왔으면 좋은데 일정이나 외적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수영은 매우 민감한 종목이어서 하루만 쉬어도 감각을 잃을 수 있다. 더욱이 멘털이 흔들리면 훈련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박태환은 그 어려움을 내적인 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 단기간 준비로 어느 정도까지는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런 것을 배제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해야할 도리”라고 했다.
실제 박태환은 25일 자유형 1500m 경쟁을 건너뛸 수도 있었다. 가족은 자칫 그가 400m 등 주종목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것을 걱정했다. 실제 박태환은 경영 최장거리인 자유형 1500m에 참가한 것에 대해,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1500m 경기가 다음 경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마라톤을 하고 단거리를 뛴 것이라서 조금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기록이나 랭킹은 뒤처질 수 있지만, 첫 100m 구간을 52초대에 돌고 나머지 100m를 53초대에 헤엄친 것은 좋게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박태환은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 기록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훈련한 것이 아까웠고, 많은 분이 관심가져주시는 데 보답할 길이 이번 대회 출전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련이 컸던 만큼 정신적으로는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서 물의 저항을 헤쳐 나가면서 중력까지 거스러야 하는 어려운 수영 종목에서 단기간 내 정상급 기량을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과 복원력을 과시했다. 약물 복용 선수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한 내적 욕구도 워낙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이런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지면 자신있다”고 강조해 사실상 리우 올림픽에 대한 도전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태환은 현실적으로 올림픽에 가기가 어렵다. 국제수영연맹의 1년6개월 도핑 징계를 받았지만, 대한체육회 선수선발 규정에는 도핑 선수가 징계 기간을 채웠더라도 이후 3년간 대표선수로 선발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는 2011년 이런 로컬룰을 이중처벌이라며 폐지를 권고했지만, 나름의 자율성을 갖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이런 권고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결국 박태환이 올림픽에 가기 위해서는 박태환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여론의 지지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 박태환은 법률적으로는 고의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주사맞은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됐다. 또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이중처벌 규정은 근본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는 조항이다. 때문에 대한체육회에서도 언젠가는 룰을 손봐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이런 룰이 올림픽 이전에 손질이 된다면 박태환한테 길은 열릴 수 있다.
박태환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기록을 낸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며 일단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점에 만족해했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 무대에서의 명예회복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올림픽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있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것보다는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의 조영호 사무총장은 이날 태릉선수촌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저희 체육회 입장에서는 (박태환의) 기록은 기록, (도핑선수 대표선발 제한) 규정은 규정이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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