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나디 골롭킨(오른쪽)이 1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멕시코의 카넬로 알바레스의 얼굴을 강타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화끈한 복서 겐나디 골롭킨(35)이 석연찮은 판정에도 활짝 웃었다.
고려인 2세 어머니와 러시아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카자흐스탄의 스타 복서 골롭킨이 1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카넬로 알바레스(27·멕시코)와의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연맹(IBF)·국제복싱기구(IBO) 4대 기구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12라운드 무승부(1-1)로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37승1무(33KO)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고, 19연승으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알바레스는 49승2무1패(34KO)가 됐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기교가 뛰어난 두 선수의 수준 높은 싸움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3명 심판(114-114, 115-113, 110-118) 가운데 여성 판정관인 애들레이드 버드(110-118)가 알바레스가 8점이나 이긴 것으로 채점표를 제출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스피엔>은 “외부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점수를 매긴 결과 116-112로 골롭킨의 우세였다. 버드의 채점은 복싱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기록의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도 “불행히도 버드의 판정은 간극이 너무 컸다”고 밝혔다.
겐나디 골롭킨(왼쪽)이 17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4대 복싱기구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카넬로 알바레스와 경기를 마치고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미국 통계회사 ‘컴퓨복스’의 자료를 보면 골롭킨은 이날 알바레스를 상대로 총 703회의 펀치를 날려 218차례(적중률 31%)를 맞혔다. 반면 알바레스는 505회 펀치를 날려 169회(적중률 33.5%)만 꽂았다. 적중률 차이는 작고, 점수를 챙길 수 있는 타점에서는 골롭킨이 압도했다. 실제 경기에서도 챔피언 골롭킨은 시작부터 공세적으로 나섰고, 도전자 알바레스는 불안했는지 8라운드부터 강한 반격을 시작했다. 포인트 축적에서 골롭킨이 우세했다. 대회 주최 쪽은 경기 시작 전 골롭킨을 먼저 링 위에 올려보냈고, 카자흐스탄 국가를 멕시코보다 먼저 연주하도록 하는 등 챔피언을 도전자 취급 했다.
그러나 매너 좋은 골롭킨은 경기 뒤 “판정은 내 잘못이 아니다. 매 라운드 상대방을 몰아붙였고, 여전히 내가 챔피언”이라며 여유있게 웃었다. 알바레스는 “골롭킨의 펀치가 강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큰소리쳤다.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두 선수는 “사람들이 원한다면 재경기를 하겠다”고 밝혀 다시 한 번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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