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캐나다의 휘슬러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저랑 동갑내기 한국인 남자아이를 만났습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소년처럼 동안이었던 그 친구는 그곳에서 당시 한국까지는 그 바람이 불지 않았던 스노보드 강사 일을 하고 있었죠. 한국인이 세계 3대 스키장이라고 하는 외국의 거대한 스키장에서 가르치는 일을...
집에 작은 어항이 있습니다. 붕어 5마리가 사는 집이지요. 아침이 되어 사람이 어항 근처에 가면 이놈들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몰려듭니다. “밥 줘, 밥 줘” 호들갑을 떠는 거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내 품으로 달려들때 기분이 이런 걸까 싶습니다. 더불어 “이런 붕어 어쩌구” 하던 과거의 어리석은 행적들을 후회...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없었다면 얼마나 밋밋했을까요? 일단 지도가 밋밋할 것이고 휴가지 선택도 지금보다 싱거웠겠지요. 국내임에도 제주도는 다른 여행지보다 더 큰 설렘을 줍니다. 비행기부터(배를 타기도 하지만요) 숙소예약, 놀거리 궁리 등에서 여느 뭍여행과는 다른 스케일의 계획이 필요하지요. 가까운 외국여행...
펜에 대한 물욕에서 저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른 볼일로 문방구에 가도 색색이 꽂혀 있는 펜 진열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한동원 작가처럼 고급 펜을 섭렵할 정도로 펜 ‘미식가’는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펜의 새로운 색깔을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펜을 집어 계산대로 가져갑니다. 수수한 반투명 플라스틱 펜...
마사지에 관한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결혼식을 앞두고 동네 목욕탕에 갔습니다. 중차대한 인생 거사를 앞두고 ‘때 빼고 광내는’ 세리머니를 해야겠다 싶어서였죠. 열심히 저의 때를 벗겨주시던 목욕관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다음날 결혼식을 한다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반색을 하시며 축하의 의미로 특별...
‘토끼와 거북이’처럼 면면히 이어져 오는 고전동화 가운데 ‘아기돼지 삼형제’도 있지요. 요즘에는 뮤지컬로 재탄생하거나 문화센터의 유아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엄마 돼지로부터 ‘독립’을 통고받은 돼지 삼형제가 집을 짓게 되었는데 첫째는 짚단으로, 둘째는 나무로 집을 지었다가 늑대의 콧...
몇년 전 육아휴직 기간에 〈esc〉의 객원기자로도 일했던 조아무개씨가 아이를 보러 다른 동료들과 함께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종이기저귀와 함께 비장의 선물이 들려 있었습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아기용 야구복이었죠. 너무나 깜찍한 옷과 어울리지 않게 그 속에 꽂혀 있는 메모지에는 사뭇 ...
그림의 떡. 맞습니다. 회원 전용 호화 리조트. 아슬아슬한 통장 잔고를 보면서 매달의 입출금 내역을 계산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한 채에 분양가 수십억원 하는 고급 휴양시설이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겁니다. 일부 독자들의 예견된 핀잔에도 불구하고 표지 기사로 호화 리조트를 준비한 건 궁금증 때문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