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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값싸서’ 난자채취에 이용된 개농장의 개들

등록 2017-12-25 07:01수정 2018-03-27 15:42

[애니멀피플] 동물의 친구들
실험견이 싼값에 끌려온 곳은
개농장 다를 바 없는 ‘서울대 뜬장'
난자 채취한 뒤 돌려보내는 실험이
과연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울대 수의대에서 동물실험에 이용된 개가 사육되고 있는 곳. 카라 제공
서울대 수의대에서 동물실험에 이용된 개가 사육되고 있는 곳. 카라 제공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카라 활동가들은 소위 ‘식용’개 농장 조사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모든 개농장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를 직접 수거 또는 간접 공급받아 개들의 주식으로 사용하며, 사면이 철장으로 만들어진 소위 ‘뜬장’ 사육방식으로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개들에게 신선한 물은 공급되지 않는다. 개들은 일평생 걷거나 뛰거나 탐색하는 기본적 행동을 할 수 없다. 몸을 돌리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서 살기도 한다.

지난 11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구팀은 복제된 개들을 다시 복제한 ‘재복제견’의 소식을 언론에 알렸다. 카라가 서울대와 수의대 그리고 이병천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에게 ‘식용’개 농장의 개들 이용 실태를 문의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낸 날이었다. 앞서 10월말,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식용개 공급 의혹을 제기한 직후였다. 서울대와 이병천 연구진이 카라와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다. ‘너희들은 나한테 안 돼.’

서울대에서 개고기용 개농장의 개들을 이용해 10년 넘게 무차별 복제실험을 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람들은 복제되어 탄생된 개 ‘스너피’와 과학전문지 <네이처>라는 이름에 환호하고 찬양했다. 늑대도 복제하여 ‘스널피’와 ‘스널프’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했다.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 아래 수반된 ‘다른 개’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잔칫상 엎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최소한 그때는 그랬다.

충남의 한 대형 개농장. 한국의 전형적인 열악한 개농장인 이곳은 국립 서울대와 수의대 이병천 연구실 개 복제 연구의 산실이다.  카라 제공
충남의 한 대형 개농장. 한국의 전형적인 열악한 개농장인 이곳은 국립 서울대와 수의대 이병천 연구실 개 복제 연구의 산실이다. 카라 제공
카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낸 뒤 서울대에 실험견을 공급한 개농장 찾기에 나섰다. 이달초 바로 그 개농장을 찾기까지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개농장 주변에 어지럽게 널린 축산 부산물 수거 바구니가 이 개농장의 전반적 관리 실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800여마리의 개들을 유난히 좁은 철장에 가두어 키우고 있었다. 냄새와 소음으로 주변의 민원이 있었으며, 가까운 곳에서 개고기 식당도 운영하고 있었다.

동물실험을 할 때는 반드시 해당 실험의 필요성과 윤리성을 점검하고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는 비글견이 체격이 작아 고통이 수반되는 난자 채취와 대리모로 부적합해서 개농장 개들을 구입, 사용하겠다는 이병천 교수의 실험 계획을 알면서도 승인했다.

개 복제 연구팀에서 동물관리직으로 일한 제보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동물실험윤리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짐은 물론 그간 이 기구에서 승인된 모든 동물실험 연구에 회의를 품게 된다. 개농장과 똑같은 열악한 뜬장 실험실 내로 어린 개들이 난자 채취용으로 반입됐다. 개들의 혈액 채취는 개농장주가 직접 했다. 4개월간 100여마리가 반입되었고 난자 채취나 대리모의 역할이 끝남과 동시에 같은 개농장으로 돌려보내졌다. 난관에 복제수정란이 이식된 대리모 중 일부는 임신 상태로 ‘실패’ 판정을 받고 돌려보내졌다. 실험한 개 한 마리당 20여만원의 대가가 지급됐다. 실험용 비글견 한 마리의 가격은 1천만원 정도이다.

개 복제 실험에 사용하는 개들을 사육하는 서울대 수의대의 사육사. 카라 제공
개 복제 실험에 사용하는 개들을 사육하는 서울대 수의대의 사육사. 카라 제공
한 개는 다리를 다쳤다. 카라 제공
한 개는 다리를 다쳤다. 카라 제공
마약이나 폭발물을 탐지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사역견들을 싼값에 생산한다는 게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특수목적견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그런데 개농장이라는 기형적인 개 착취·학대시설에 기대어 수행되고 있다. 연구 목적과 필요성도 의아한 이 프로젝트에 현재 서울대, 국립축산과학원, 그리고 사설기관인 황우석의 수암연구소가 부끄러운 삼파전을 벌이며 동물학대에 동참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긍정강화 훈련으로 키워내는 사역견들을 우리나라만 ‘복제’한다고 난리다. 예산절감 효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는 “복제는 기본적으로 무성생식으로서 특수목적견 사업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특수 목적으로 활동하는 개의 복제견이 그렇지 않은 개들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심지어 같은 서울대 수의대의 우희종 교수도 과거 “가장 이상적으로 복제되었다 해도 체세포 제공견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에 불과하며, 자연교배를 통해서는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부모보다 더 뛰어난 자견을 얻을 수 있다”며 복제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연구의 성과로 태어나 인공포육된 복제견은 자신들이 어미 개나 다른 개들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준 실험의 ‘생산품’임을 알게 된다면 과연 위험과 노역을 감당하며 인간을 위해 사역하고 싶을까?

지난 17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서울대 수의대의 개 복제 실험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제공
지난 17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서울대 수의대의 개 복제 실험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제공
특수목적견 복제는 우리가 ‘식용’이라고 이름 붙인 개들의 고통을 대가로 한다. 식용이라는 단어가 벌려놓은 간격에 연구자나 국가가 파고들어 이용하는 양심 불량 행위이다. 스너피 그리고 복제 늑대 스널프와 스널피라는 이름은 국립 서울대학교의 이니셜 ‘에스'(S)와 합성한 이름들이다. 그 이름의 무게만큼 서울대는 행위에 대한 책임 또한 가진다. 국립축산과학원 역시 ‘국립’ 글자만큼 책임의 무게를 가진다. 그동안 국민 세금으로 진행해온 50여마리 개 복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낱낱이 정보를 공개하고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다.

전진경/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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