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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돼냥이의 보은 “쥐 선물 갖다드려요”

등록 2018-03-08 16:05수정 2018-03-08 17:28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고양이 사료 ‘맛집’이 된 앞마당
터줏대감 윌리, 힘센 고양이에 쫓겨
노숙 생활 하다 아빠로 돌아오다
마당에서 밥을 얻어먹다 가족이 된 고양이 윌리.
마당에서 밥을 얻어먹다 가족이 된 고양이 윌리.
5년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걱정되었던 것 중 하나가 쥐였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뛰노는 마당에서 쥐는 유행성출혈열 등 위험한 질병을 전파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역시 쥐에게는 고양이만한 천적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일부러 고양이를 입양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전에 근무하던 동물원에서 쓰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 사료에 접근하는 쥐를 근절하기 위해 길고양이들을 길들여 밥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쥐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옳지! 바로 그거야!” 이사 간 첫날 밤 현관 앞에 맛좋은 고양이 사료를 두었다. ‘과연 길냥이가 찾아와 줄까?’ 우리 가족은 어떤 길고양이가 찾아올지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현관 앞 쪽창으로 관찰하며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며칠동안은 길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수북이 쌓여있던 사료가 사라졌다. 얼른 시시티브이(CCTV)로 추적해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화면에 나타났다. 녀석은 사방을 오래도록 경계하더니 게 눈 감추듯 사료를 먹어치웠다. ‘턱시도’란 이름을 붙여준 이 고양이는 이후로 약 일년 동안 우리집에 밤마다 찾아와 밥을 먹고 갔다. 그게 고마웠는지 녀석은 가끔씩 쥐를 잡아서 집 마당에 선물로 놓고 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턱시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옆 마을에서 누군가 보았다고 했지만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었다. 이후로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는 길냥이는 2~3마리 더 있었지만 얼마간 밥을 먹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처롭게 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대낮에 집으로 찾아왔다. 보기에도 처참하게 마른 몸에 이곳저곳에 털이 빠져 무슨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다. 아직 어린 녀석 같은데 송곳니도 부러져 있었다. 너무 불쌍해서 사료에 참치까지 얹어주자 녀석은 아침저녁으로 찾아왔다. 붙임성은 얼마나 좋은지, 얼마 뒤에는 우리가 다가가면 발라당 눕기도 했다. 만져달라고, 안아달라고 애교까지 부려댔다.

결국 녀석은 우리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함께 마당에서 뛰어놀기를 예사로 했다. 뿐만 아니라 까치가 딸기밭을 습격하면 쫓아내주었다. 녀석도 턱시도처럼 쥐도 잡아 선물했다. 가끔은 문 앞에 떡 버티고 앉아 주인 행세를 하며 우리 집을 지켜주기도 했다. 우리는 수컷인 녀석의 이름을 ‘윌리’로 지어주고 가족처럼 챙겼다. 예방접종, 구충, 진드기 제거까지 ‘풀세트 관리’를 해줬다. 그러자 곧 녀석은 몸도 커지고 살이 엄청 쪄서 놀러온 이웃들이 ‘돼냥이’(돼지고양이)라고 놀리곤 했다.

동네 힘센 고양이들에게 쫓겨 사라졌다 다시 집을 찾아온 윌리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동네 힘센 고양이들에게 쫓겨 사라졌다 다시 집을 찾아온 윌리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동네 다른 고양이들이 맛있는 사료를 주는 명당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녀석들은 윌리의 밥을 노려 싸움을 걸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싸움에 성격이 유순한데다 이빨이 약한 윌리는 당연히 물어뜯기고 결국 피를 보고야 말았다. 싸움에 진 윌리는 자신보다 센 놈이 밥그릇 주위를 지키고 있어서 올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였다. 싸움에 이긴 고양이에겐 미안하지만 밥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며칠간 사료를 주지 않자 결국 그 고양이는 우리집을 떠났고, 며칠 만에 윌리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에 윌리의 상태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염증으로 눈을 뜨지 못했고, 발목을 다쳤는지 심하게 절뚝거렸다. 하필이면 그때가 추운 겨울이어서 금방이라도 어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녀석을 집안으로 들여 치료를 해주었다. 다행스럽게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회복했다.

그런데 약 3주가 지나자 녀석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녀석을 붙잡고 있긴 무리였다. 녀석에게 따뜻한 겨울집을 만들어주고 캣타워도 구해다 줘보았지만, 잠깐 놀다 갈 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냈다. ‘우리와 정을 들이지 못한 걸까?’ 잠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녀석이 얼마 후 암컷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물론 우리집이 처음인 암컷은 우리가 가까이 가면 도망갔다. 윌리는 자기 밥을 다 먹고 울어대어 암컷의 밥까지 달라고 조르곤 했다.

또 얼마 후, 암컷의 배가 불러오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새끼를 두 마리나 낳아 데리고 왔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하지만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왜냐하면 윌리는 새끼가 먹이를 먹을 때마다 먼저 먹지 않고 옆에서 지켜주는 걸 잊지 않았다. 보기보다 녀석은 착한 아빠였던 것이다. 게다가 윌리와 꼭 닮은 새끼고양이 두 마리는 어찌나 귀엽던지! ‘하지만 윌리야, 이젠 중성화 수술 하자. 그리고 우리랑 오래오래 함께 살자!’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천적이 없이 도시와 민가에 퍼진 쥐들은 페스트, 흑사병, 유행성출혈열(등줄쥐) 등 심각한 전염병의 전파동물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쥐들을 杆아내 준답니다. 전염병 전파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답니다. 물론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받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생충 구제, 중성화 수술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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