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에서 기르는 작은 동물은 굶주린 육식 야생동물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수의사라면서요? 잠시 이리로 와주세요!”
아이들을 데리고 주일학교에 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성당 뒤뜰 쪽으로 잡아끌었다. 언젠가 성당 주변에 있던, 누구도 손대지 못하던 사나운 떠돌이개의 눈 치료를 도와준 일이 전해졌는지 나는 그 이후로 이 곳에서 ‘동물해결사’쯤으로 알려져 있었다. 뒷뜰엔 나무와 철망으로 직접 만든 동물 우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주변으로 신부님과 아이들 몇몇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상하다. 문엔 자물쇠가 걸려있었고, 철망이 뜯긴 곳도 없는데….”
우리 안에는 귀여운 토끼가 두 마리 있었다. 신부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반기며 말했다. “잘 오셨어요, 선생님. 며칠 전 분명히 아기 토끼 네 마리를 데려다 놨었는데, 어젯밤 두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추리한 내용을 내세우며 앞 다투어 말했다. “나쁜 도둑이 들어 훔쳐간 거 같아요!”
“아니야. 성당엔 다른 비싼 것들도 많은데 토끼만 훔쳐가는 도둑이 어디 있겠니? 게다가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고 그러면 안 된단다.” 신부님은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말씀하시고는 내 쪽을 쳐다보았다.
“음, 제 생각엔 사람은 아닌 듯해요. 사람이라면 자물쇠를 부수었을 테니까요. 오히려 주변의 동물이 더 의심 되는군요.”
아이들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동물이요? 동물이라면 누구요?”
“길고양이일 수도 있고, 떠돌이개일 수도 있어. 그리고 이 근처엔 숲과 논밭이 가까우니 야생동물들도 다녀갈 수도 있고 말이야.”
“야생동물이요? 설마요!”
“산에 먹이가 부족할 때, 야생동물들이 사람 사는 곳 근처로 내려와 가축을 잡아가는 건 옛날에도 지금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란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일까요?” 신부님이 물었다. 그 말에 나는 마치 탐정이 된 듯 천천히 토끼 우리 주변부터 살펴보았다. 잔디밭 바닥에 뭔가 작은 발자국 같은 것이 보였지만 이미 사람들이 밟아대 정확히 확인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엔 토끼 우리를 살폈다. 나무로 틀을 짜고 얇은 철망을 덧대어 만들었는데, 슬쩍 보기에도 부실했다. 토끼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만든 것이 분명했다. 철망에 약간의 힘을 주어 보았더니 한쪽 모서리 끝이 쉽사리 벌어졌다. 나는 그 모서리를 벌려 보여주며 말했다.
“이 상태라면 어떤 동물이라도 토끼를 잡아 물고 나오기에 충분해요. 고양이는 특히 자기 머리가 들어갈 만한 공간만 있어도 토끼를 물고 나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너구리나 족제비, 뱀도 같은 방법으로 사냥이 가능해요.”
“어, 벌어진 철장 틈에 뭔가 있어요!”
아이 하나가 벌어진 모서리 사이에서 가느다란 털 몇 가닥을 발견했다. 누런색 털이었다. 아이들이 외쳤다. “사라진 토끼는 흰색토끼였다고요. 훔쳐간 놈의 털이 분명해요.”
“그래. 털이 있는 걸 보니 뱀은 아니고 포유동물이 분명한 것 같구나.”
아이들이 길고양이 중에 누런 털을 가진 놈을 보았다 했다. 아무래도 사냥 실력이 뛰어난 고양이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면, 토끼들이 또 다시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 다시 농장으로 보내야 하나요?” 신부님이 물었다.
“안돼요! 절대 안 된다고요!“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아니에요. 동물들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장을 고쳐주시면 되죠!”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동물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게 토끼장을 1m 이상 위로 올리세요. 그리고 철망을 더 튼튼한 것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특히, 이음새 부위를 단단하게 고정해야 해요.”
아울러 토끼들이 자라서 살기엔 장이 비좁으니 이 기회에 넓히고, 지금 주는 사료는 아기 토끼들이 씹기도 힘들고 영양 성분도 안 맞으니 아기 토끼 전용사료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배추 등 야채만 주면 토끼들이 설사를 하니, 건초를 사서 주라고도 권유했다.
신부님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알겠다 하시고 아이들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애들아! 너희도 도와야 해. 너희가 토끼를 사랑한다면, 아무 풀이나 뜯어서 먹이로 주면 안 된단다. 왜냐하면 어떤 풀은 독성이 있어서 배를 아프게 할 수도 있거든. 특히,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찔러 괴롭히면 절대 안 돼! 알겠지?“
“네!” 아이들은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다행히 토끼들은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 나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며칠 후, 성당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해요! 누런 커다란 쥐 같은 동물이 토끼장에 들어 토끼들을 잡아먹고 있어요!”
“누런 쥐라고요?”
나는 얼른 뛰어갔다. 토끼장에는 언뜻 보면 쥐를 닮았지만 몸이 훨씬 기다란 동물 한 마리가 갇혀 있었다. 그 동물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장안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토끼 한 마리는 이미 쓰러져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한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동물구조센터 닭장에 갇혀 가끔 구조 되던 바로 그 동물이었다.
“족제비에요. 암컷 같군요. 수컷 족제비보다 크기가 작아요. 들어올 땐 어찌어찌 틈을 찾아 들어왔나 본데, 토끼를 물고 나가질 못하니 갇혔네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간 거지요?”
아무데도 부서진 곳이 없는 토끼장을 살피며 신부님이 물었다.
족제비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동물이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아마도 약간 큰 철망 구멍이 있었을 거예요. 족제비는 머리가 유난히 작아요. 몸은 아주 유연하고 점프력도 대단하죠. 쥐구멍에 들어가 쥐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이니 이정도 크기의 철망 통과는 식은 죽 먹기였을 거예요.”
생전 처음 보는 족제비를 잠시 바라보던 신부님은 얼굴이 벌게져서 외쳤다. “이 나쁜 놈! 네가 우리 아기토끼들을 잡아먹은 범인이구나! 이놈을 그냥~확!”
“그러지 마세요. 먹이가 오죽 부족하면 사람 근처에 왔겠어요? 이 놈은 이제 막 어미 품을 벗어난 어린 놈 같아요.”
어리다는 말에 신부님의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그 사이 얼른 토끼장 문을 열어주니 족제비는 쏜살같이 튀어나와 이내 숲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뒤, 토끼장을 더 보안해 준 뒤 더 이상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친 토끼는 다행히 몇 주 동안 상처 치료를 잘 견뎌내었고 마지막 하나 남은 토끼라서 아이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랐다. 하지만, 그 어린 족제비는 잘 자랄 수 있었을까? 걱정이 되던 중 성큼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잘 먹어야 하는 가을 , 살아남아야 하는 겨울
추운 겨울에는 산과 들에 풀이 모두 없어지고 , 나무엔 잎이나 과실이 사라집니다 . 이에 따라 먹이가 되는 동물들도 숨거나 겨울잠에 들어가지요 . 결국 잡아먹는 동물이든 잡아먹히는 동물이든 배를 곯게 되는 상황입니다 . 이에 따라 동물들은 가을에 최대한 살을 찌워 놓아야만 기나긴 겨울을 버티어 낼 수 있습니다 . 산과 들에 동물들이 먹이인 밤이나 도토리를 가져가지 말고 남겨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또한 , 먹이가 점차 부족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사람들 근처로 동물들이 많이 내려옵니다 . 우리 사람들은 하루에 세끼나 먹으면서 한 끼만 굶어도 배고파죽겠다 하지요 ? 몇날 며칠을 굶어 죽기 직전인 동물들의 입장은 과연 어떨까요 ?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
쥐잡기 선수, 족제비
족제비는 우리나라에 2종이 삽니다 . 족제비와 쇠족제비 . 족제비의 털은 여름에는 언뜻 보면 시커멓지만 암갈색이며 겨울에는 황갈색으로 바뀝니다 . 머리는 납작하고 갸름하여 폭이 좁아 마치 뱀머리와 비슷합니다 . 특히 몸이 날씬해서 좁은 틈을 잘 통과할 수 있어 쥐를 잡는 선수입니다 . 쇠족제비는 무산쇠족제비라고도 불리며 ,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육식동물입니다 . 산에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족제비들은 가끔 민가에 내려와 닭이나 토끼 등을 잡아먹습니다 . 그러다보니 마을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 하지만 , 무시무시한 병을 옮기는 쥐를 잘 잡아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주기 때문에 보호해야할 동물임에 분명합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