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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호기심 대마왕’ 천둥이, 뱀과 대결하다 ‘깨갱’

등록 2018-02-09 12:19수정 2018-02-09 21:41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일광욕·동면하러 왔다 사람 손에 잡힌 뱀
사람도 놀라고 뱀도 놀라 사고 날 수도
눈앞에 뱀이 나타나면, 땅을 쾅쾅 울려
뱀이 먼저 도망갈 기회를 줘야 한다
뱀은 사람을 만나면 놀라 먼저 도망간다. 진동을 잘 느끼는 뱀이 도망갈 수 있게 뱀이 나타날 만한 곳에선 땅을 꽝꽝 울려 피할 시간을 주자.
뱀은 사람을 만나면 놀라 먼저 도망간다. 진동을 잘 느끼는 뱀이 도망갈 수 있게 뱀이 나타날 만한 곳에선 땅을 꽝꽝 울려 피할 시간을 주자.
“우당탕탕!! 꺄악! 꺄악! 엄마야~!”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달려갔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가운데,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준호’(가명)가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왜 그러니? 넘어져 다친 거야?” 옆에 있던 여자아이들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준호가 뱀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뱀에게 물렸어요!”

우리 동네 아이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시골 대안학교에 다닌다. 덕분에 산과 숲에서 놀면서 동물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뱀은 종종 학교 뒷산에서 발견되곤 했다. 용기 있는 아이들이 호기심에 나뭇가지 등으로 뱀에게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뱀에게 물린 것은 처음이었다. 준호의 팔을 살펴보니 선명한 이빨자국이 보였다. 다행히도 물린 자리를 아파하는 것 외엔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좀 말해줄래?” 급하게 응급 처치를 하고 구급차를 부른 뒤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학교 뒷산 양지바위 위에서 발견한 뱀을 준호가 잡아왔어요. 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면서 아이들을 놀리며 장난쳤는데, 뱀이 화가 났는지 준호 팔을 물어 버렸어요.”

“손으로 잡았다고? 막대기도 아니고? 아이쿠야~!” 야생 뱀을 함부로 만지면 해로운 기생충이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야 했다. “혹시 독뱀 같았니? 보통 뱀은 머리가 둥글지만, 살모사 같은 독뱀은 머리가 세모로 각이 져 있어.” “모르겠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독뱀이 물었다면 항혈청을 가지고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제발 독뱀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곧 구급차가 도착했고, 준호를 가까운 큰 병원으로 옮겼다.

겨울이 다가오던 어느 날, 뱀에게 물린 사건이 또 생겼다. 윗집에 사는 친한 언니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큰일 났어. 우리 천둥이가 뱀에 물렸어. 어떡해?“ 천둥이는 5개월 된 리트리버종의 강아지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넘쳐 수시로 사고를 치는 말썽꾸러기이다. 달려가 보니 천둥이의 주둥이 위쪽이 퉁퉁 부어 뭔가 물린 구멍 자국이 보였다. 마당에 있는 윗집 언니는 천둥이 집에 뱀이 들어왔고, 그걸 본 천둥이가 뱀을 가지고 놀려다 물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둥이 얼굴 부은 것 봐요. 어쩌면 좋아. 일단, 빨리 동물병원으로 가 보세요.” 적당한 동물병원을 소개해주자 윗집 언니는 천둥이를 안고 뛰어갔다.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행히 준호도 천둥이도 두 말썽꾸러기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금방 나았다고 한다. 모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사람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준호를 문 뱀은 양지바위에서 일광욕을 하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다. 변온동물인 뱀들은 일광욕으로 체온을 올려야 한다. 따뜻한 햇볕을 즐기던 중 갑자기 인간의 손에 잡혔으니 체온유지는커녕 몸이 성할지 알 수 없다. 물어서 반격하지 않았다면 목숨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뱀에 물려 얼굴이 부은 천둥이.
뱀에 물려 얼굴이 부은 천둥이.
천둥이를 문 뱀도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원래 습성대로 동면하러 산에서 내려왔을 뿐이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천둥이의 집은 마치 굴처럼 동면하기에 좋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집에 들어온 신기한 뱀을 강아지가 놔둘 리가 없었고, 천둥이가 신나게 노는 동안 뱀의 몸에도 천둥이의 이빨 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이 뱀 역시 물어 반격하지 않았다면 장난감이 되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뱀들의 반격으로 우리 동네 아이들은 이후로 뱀에게 절대 장난을 치지 않는다. 천둥이도 뱀 비슷한 것만 봐도 무서워하게 되었다. 생태 습성상 뱀은 절대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자신을 위협할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격을 할 뿐이다. 게다가 사람의 기척만 느껴져도 뱀은 스스로 먼저 도망가 버린다.

산이나 숲에 뱀들이 살만한 곳에 가면, 바닥에 있는 뱀을 모르고 밟았다가 물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막대기로 땅을 탕탕 치거나 발걸음을 쾅쾅 울리며 지나간다면 뱀에게 먼저 피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뱀의 온몸은 땅에 닿아 있어 땅의 진동을 아주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뱀도 지키고 나도 지키고 지혜로운 공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산골에 사시던 옛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엔 뱀들이 참 많았다고 해요. 구렁이가 길을 가다가도 발에 채고 방안까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때론 고구마밭에서 밀뱀들이 수 십마리씩 떼 지어 일광욕을 했다고 해요. 겨울 직전엔 뱀들이 민가의 담이나 돌무더기에 들어와 자는데, 그 돌을 들어보면 동면 상태의 여러 종류의 뱀들이 몇 마리씩 들어있었대요. 그때는 뱀을 죽이면 상서롭지 못하다 했고 또한, 동물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그저 뱀들을 막대기를 들어 멀리 치우는 게 다였어요.

6·25전쟁이 끝나고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뱀탕이 폐병을 낫게 하는 데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잡았대요. 결국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뱀이 멸종위기에 이르렀었데요. 위기를 느낀 정부는 뱀을 잡지 못하게 금지하여 현재 다시 뱀은 간신히 우리 곁에 돌아왔다고 해요.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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