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아기 딱새를 구하는 데 전념했다. 먹이를 먹고 있는 딱새.
6월 중순, 새 손님이 찾아왔다. 뒷마당의 물품 보관용으로 놓아두었던 책장 맨 꼭대기에 웬 새가 알을 낳은 것이다. 네 개의 조그만 알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연한 청록빛이었다.
누구일까 궁금해하던 그 다음 주, 아기 새들이 알을 깨뜨리고 나왔다. 모두
네 마리였다. 노란 주둥이로 허공을 찧어대는 벌거벗은 아기 새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지만 기쁨은 잠시. 곧 걱정에 휩싸였다. 뒷마당은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라 새들이 방해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 부부는 아기 새들에게 쉴 새 없이 먹이를 가져다 날랐다.
경계심이 많은 어미 부부는 너무 빨리 도망쳐서 도무지 무슨 새인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최근 우리 집 마당에 자주 출현하는 참새, 딱새, 박새 중 하나라 짐작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곱살짜리 둘째가 이웃집 친구들과 놀다가 말고 소리를 쳤다.
“엄마! 엄마! 새가 죽어가고 있어! 빨리 나와 봐~!!”
그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차! 뒷마당 쪽으로는 가지 말아야 하는데, 장난꾸러기 우리 아이들이 혹시 아기 새들에게 무슨 일을 벌인 건가?’
얼른 달려가 보니, 뒷마당 대나무에 암컷 딱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디선가 날아온 실에 몸이 걸려 파닥거리고 있었다. 얼른 풀어주려 했지만 퍼덕거리던 암컷 딱새는 그만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보통 작은 새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하여 이런 상황이 되면 곧 심장마비로 죽어버리곤 한다. 직감적으로 아기 새들의 어미 새이겠구나, 싶었다. 문득 지난해 생각이 났다.
책장 안에 있는 둥지 안에서 4개의 알이 발견됐다.
둥지에 있던 알에서 새끼 새들이 부화해 먹이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다.
우체통에 찾아온 새들
지난해 우리 집 우체통에서는 박새 부부가 새끼들을 길렀다. 부부가 잠시 비운 틈을 타 관찰했더니, 자그마치 12마리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모든 새끼 박새들이 하나씩 세상을 향해 날아가던 모습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첫 추억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박새 부부가 우체통에 둥지를 틀었고, 우리는 둥지가 되어버린 우체통에 “어미 새가 알을 품고 있어요!”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리고 작은 벽걸이용 우체통을 새로 사 다른 곳에 달아주었다. 하지만 무슨 사고가 난 것인지 부모 새가 여러 날 보이지 않았다. 아기 새들은 얼마 자라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또 같은 일이 반복될까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서둘러 둘째 아이의 친구들을 돌려보낸 후, 뒷마당으로 아무도 가지 못하게 단속하고 뒷마당 쪽 쪽문 커튼 사이로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기 새들은 배가 고픈지 입을 마구 벌려대고 있었다. 다행히 수컷 딱새가 날아와 아기 새들에게 쉼 없이 먹이를 물어다 주었다. 딱새 암컷과 수컷은 몸 색의 차이가 커서 암수의 구별이 쉽다. 며칠을 지켜보아도 암컷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죽은 암컷은 엄마 새가 분명했다. 10~20분마다 먹이를 물어다 주는 아빠 새의 노고를 생각해 최대한 조용히 지내며 뒷마당의 쪽문과 커튼조차 닫아걸고 일주일을 보냈다.
‘이제쯤이면 새끼들이 이소(둥지를 떠나 날아가는 것)할 때가 되었는데,’
8일째 되는 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살금살금 둥지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새끼 한 마리가 둥지 속에서 죽어 있었다. 나머지는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나 족제비의 습격이라도 받았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속상해하며 돌아서던 차에 선반 뒤로 빠져 허우적대는 작은 아기딱새 한 마리가 보였다. 꺼내보니 오랜 시간 허우적댔는지 기운이 다 빠져 축 처져 있었다. 영양실조에 탈수증이었다.
응급처치 서두르다
당장은 수분 공급이 필요했다. 진료장비도 없고 약도 없고 구조센터는 2시간 거리에 있고, 게다가 해 질 무렵이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탈수증일 때 절대 그냥 물을 먹이면 안 된다. 급한 대로 집에 있는 설탕과 소금을 사용해 탈수교정액을 만들었다. 1cc주사기를 찾아 축 늘어진 아기 새의 부리를 벌려 한 방울씩 부리 끝에 떨어뜨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스스로 삼키게 하였다. 물방울을 잘못된 위치에 떨어뜨려 주면 부리 바로 뒤에 있는 기도에 들어가 익사(폐에 물이 차서)할 수 있다. 이는 극도로 세심하게 진행해야 한다. 10분마다 한 방울씩 천천히 먹이며 어느덧 새벽 세시가 되자 아기딱새는 눈에 물기가 돌더니 첫 변을 보았다.
운이 좋았다. 정상 변을 보았다는 것은 질병에 걸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야생에서 잠시라도 방치된 아기 새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게 마련이다. 이제는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 때다. 아마 하루 이상 굶었을 아기 새에게 빨리 먹이를 주어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야생 새들은 각자의 서식환경과 생태에 따라 먹는 먹이가 다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아무 먹이나 주면 안 된다. 딱새류는 벌레를 주로 잡아먹는 새이기 때문에 시판되는 인공 이유식이 없다. 급한 때 쓸 만한 것으로는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용 사료로 대신할 수 있다던 연구결과를 본 기억이 났다.
탈수증에서 회복되었지만 위장 기능이 아직 정상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집에 있던 유기농 강아지 사료를 활용하여 묽은 이유식을 만들어 또다시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먹였다. 점점 고개를 들어가는 아기 새를 바라보며 어쩌면 살릴 수도 있겠다고 하는 희망이 생겼다. 어린 시절 다리에 실이 걸려 다리가 썩어 죽어가는 야생비둘기를 보며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때가 생각났다. 무기력했던 그때에 비하면 이젠 무엇을 어찌할지 알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야생동물들을 살리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밤낮없이 아기 새를 돌보기
사흘째, 아기 새는 30분 간격으로 스스로 입을 벌려 불린 강아지 사료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시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엄마 살 수 있겠어? 살면 어떻게 해 우리가 키우는 거야?”
“아니야. 우리랑 살면 행복하지 않단다. 살려서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지!!”
아이들은 약간은 실망한 눈치였지만, 벌레를 더 좋아할 것이라며 지친 엄마 대신 마당에 나가 벌레를 잡아왔다. 벌레를 먹은 아기 새는 둥지 대신 사용하던 토마토 상자를 뛰쳐나와 날아갈 듯 날개까지 퍼덕거리며 답답해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어디 갔나
나도 매일 밤잠도 못 자고 아기 새를 돌보려니 어느새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보통 새들은 둥지에서 이소하고 나서도 부모에게서 먹이 잡아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아기 새는 그냥 풀어 놓아줄 수가 없다.
“먹이 잡는 훈련까지 시켜야 하나 내가 그것까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연구소 일을 내내 미루고 집에서 이 아기 새만 돌보고 있을 수도 없는데… 그런 걱정을 하던 중 눈에 익은 수컷 딱새 한 마리가 마당 한가운데 단풍나무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혹시 나머지
두 마리와 함께 이소해버린 아빠 딱새는 아닐까? 딱새는 비교적 흔한 우리나라 텃새라서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원래 이소 후 새끼들과 함께 근처에서 새로운 둥지를 짓고 한 달 정도 산다고 하니 한번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박스 위에 앉은 아기 새, 토메이토(토마토) 박스에서 지내 우리 가족은 이름을 ‘메이’라고 불렀다.
닷새째 아침 5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새들만의 고요한 시간에, 아기 새 메이(토‘메이’토 상자 안의 아기 새에게 건강히 지내라고 우리 딸이 지어준 이름이다)의 상자 뚜껑을 열고 원래의 둥지 자리 선반 위에 놓아두었다.
처음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메이는 배가 고픈지 애절하게 울어대기 시작했고, 절망하며 포기하려다가, 마음속으로 신께 제발 한 번만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그 순간! 기적처럼 수컷 딱새 한 마리가 날아와 상자에 잠시 들어갔다가 재빨리 지나쳐 갔다. 아기 새는 갑자기 훅하고 상자 뚜껑 위로 올라와 앉아 계속해서 울어댔고, 약 9분이 지난 순간 수컷 딱새는 먹이를 물어다 아기 딱새에게 입 맞추듯 주었다.
아빠 새가 맞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흥분을 참고 잠시 지켜보던 순간 아주 잠시 후 아빠 딱새를 따라 아기 딱새가 날아올랐다. 흥분한 내 목소리에 아침잠을 깬 아이가 달려와서 밖을 향해 외쳤다.
“메이야~!! 잘살아야 해~! 행복하고 건강해~!! 실은 꼭 잘 피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 비법을 덤으로 공개한다.
버려진 아기 새를 만났을 때는?
① 약 한 시간 정도 숨어서 지켜봅니다.(사실은 어미 새가 근처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제발 유괴하지 마세요)
② 혹은
주변을 수색하여 둥지를 찾아 올려놓습니다.
③ 다쳤거나, 한 시간을 기다려도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바닥에 신문지를 얇게 잘라 푹신하게 만든 작은 상자에 넣고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여 빨리 데려갑니다. 지역별로 센터가 있으니 전화해보세요~. 물론 직접 동물을 센터로 데리고 가주신다면 더 좋겠죠!
글·사진/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