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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고라니야, 친구 떠나 슬퍼서 우는 거니!

등록 2017-12-07 16:03수정 2017-12-26 14:11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동물을 들이받은 것 같다’는 연락 받고 갔더니
바닥에 쓰러진 고라니의 심장은 이미 멎어 있어
아픈 마음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들린
울음소리 찾아 갔더니 저 멀리 고라니 한마리
고라니도 짖는다. 개와 비슷한 소리로 들린다.  PXhere 제공
고라니도 짖는다. 개와 비슷한 소리로 들린다. PXhere 제공
‘징~~~!’ ‘징~~~~!’

막 자려고 피곤한 몸을 뉘인 순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어린이집 선생님이신 이수련 선생님(가명)이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수화기를 받으니 저쪽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먹울먹했다.

“어머님!! 야생동물 수의사라셨죠?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제가 어떤 동물을 차로 친 것 같아요!! 불쌍하고 미안해서 어떻게 해!! 제발 좀 살려주세요!!”

난감했다. 지금 집에는 전문 치료장비도 없고 어떻게 하지? 일단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구급상자 등을 대충 챙겨서 갔다.

선생님 댁은 좀 더 깊은 시골 마을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길에 야생동물들이 많이 나왔다.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는 밤에 먹이를 찾아 내려온 야생동물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면 눈이 부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춘다. 대개는 그러다가 차에 치인다. 선생님도 그렇게 로드킬 당한 동물을 가끔 보고 ‘나도 조심해야지’라고 했다 하셨는데…

고라니 몸은 따뜻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이수련 선생님이 바닥에 누워있는 동물 옆에서 울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다.

고라니였다. 우선 흥분하지 않도록 준비한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심장 부근에 손을 대 봤다.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 주변으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축 늘어진 몸은 슬프게도 따뜻했다.

“어떻게 해! 죽은 거예요?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았어요. 난 너무 겁이 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네… 아쉽게도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네요. 벌써 죽은 것 같아요.”

선생님은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피곤해서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속력을 너무 냈나 봐요. 길을 잘 살피지 못했어요. 갑자기 뛰어나오는데 피하지 못했어요.” 하며 엉엉 우셨다.

고라니는 로드킬로 가장 많이 희생되는 포유류 중 하나다.  김봉규 한겨레21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고라니는 로드킬로 가장 많이 희생되는 포유류 중 하나다. 김봉규 한겨레21 선임기자 bong9@hani.co.kr
우는 선생님을 달래주고 난 다음, 고라니의 주검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채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너무나 화가 났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지! 어떻게든 막을 수는 없었는지! 되돌아오는 길 이곳저곳에 길고양이, 너구리 등 동물 사체들의 흔적이 보였다. 짝을 찾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인 동물들. 어쩌면 그들에게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건 모두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진심 미안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데 개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이고 보니 얼마 전부터 들리던 간헐적인 들려왔던 소리였다.

‘누군가 개를 때리는 건가? 도대체 무슨 소리지?’

내친 김에 손전등을 찾아 들고 길을 나섰다. 소리는 이상하게도 개를 키울 만한 마을이 아닌 산 쪽에서 들려왔다.

‘산속에 누군가 불법 개 번식장이라도 운영하는 걸까? 혹시 다른 야생동물의 소리일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누군가 학대를 한다면 증거를 찍고 신고하려고 전화기를 손에 쥐고 밤길을 걸었다. 소리를 따라 길을 찾아가는 데, 점점 산 위로 올라간다. 한밤중이라 오싹오싹 겁이 슬슬 났다.

전등으로 머리를 비추는 데 무언가 후다닥 도망쳤다.

‘고라니였다.’

국립생태원 김정남 제공
국립생태원 김정남 제공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너무나 긴장한 탓에 고라니 울음소리를 잘못 들은 거였다.

하긴 구조센터에서는 주로 낮에 동물을 봤고, 야생 고라니가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고라니 울음소리가 맞았다.

왜 이렇게 애달픈 소리로 짖는 걸까? 어떤 분들은 영역을 수호하거나 짝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 그들도 안전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영역까지 침범했어. 그래서 그들도 슬펐을 것이고, 어떻게든 자신의 살 곳을 지키고 싶었던 거겠지.’

그랬다. 오늘도 고라니가 울부짖듯이 말을 걸었던 거였다.

“내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나를 꼭 잡아 죽여야 해? 함께 나눌 방법은 없는 거야? 로드킬과 밀렵으로 결국 내가 정말 사라져도 되겠냐고? 똑똑한 인간들아, 제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 좀 찾아보라고!”

고라니의 울음소리는 이후에도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한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argyropus)는 호주의 코알라나 캥거루처럼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우리나라 고유종입니다. 원래 고라니는 중국 동북부에 우리나라처럼 많이 살았는데, 중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inermis)는 서식지가 없어지고 밀렵이 성행하면서 현재 극소수밖에 남지 않아 고라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고라니와 노루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세요

고라니와 노루는 개가 짖는 듯한 울음소리를 냅니다. 노루는 좀 더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고라니는 그에 비해 소리가 높습니다. 서로 사는 서식지가 달라서, 산 아래 평평한 부근이나 민가 습지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는 보통 고라니이고, 산속 깊은 곳에서 들렸다면 노루의 소리일 경우가 많습니다.

-한라산 노루 울음소리 ▶ https://youtu.be/vztnXpmLvWE

-고라니 울음소리 ▶ https://youtu.be/tUMh7wItpDM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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