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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불났는데, 물은 경기에”…환영받지 못하는 3기 새도시

등록 2019-01-15 05:01수정 2019-01-16 11:05

논란의 3기 새도시
① 쫓겨나는 원주민, 오리알 된 2기 신도시
동탄·양주·인천검단 등 2기 신도시 주민 집단 반발
2기 절반 지었는데 3기 발표 ‘미분양 블랙홀’ 우려
“수도권 과잉개발, 투기세력만 살찌워” 백지화 촉구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신도시 개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독자 제공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신도시 개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독자 제공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수도권 3기 새도시’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3기 새도시 발표로 강제 수용되는 지역의 주민들이 대책 없이 쫓겨나야 하는데다, 아직 완성 단계에 오르지 못한 2기 새도시 개발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3기 새도시의 광역 교통 대책으로 제시된 수도권 급행철도(GTX)는 안전성과 서울 집중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의 균형 발전 관점에서 3기 새도시 건설이 수도권 쏠림을 부채질해 지방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기 새도시 건설의 문제점과 대안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3기 새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물론, 기존 2기 새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3기 새도시로 선정된 경기 남양주·하남 등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강제수용에 반대한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또 2003년 역시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지정된 경기 화성 동탄, 인천 검단 등 2기 새도시 주민들은 아직까지 진행 중인 2기 새도시 건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중심으로 하는 등 3기 새도시의 추진 방식을 바꿔야 하고, 2기 새도시의 건설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남양주·하남·계양 주민들 “왜 하필 우리 동네?” 3기 새도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남양주 왕숙지구(1134만㎡) 주민 500여명은 지난달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고 자영업자들을 대책 없이 몰아내는 강제수용에 결사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왕숙지구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농사를 짓거나 창고 임대, 공장 운영 등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토지가 헐값에 강제 수용되면 주변에서 대체 부지를 마련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3기 새도시 예정지인 하남 교산지구(649만㎡)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반대활동에 나섰다. 주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석철호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신도시 개발을 결사반대한다. 50년 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 했는데, 헐값 보상으로 땅을 빼앗으려는 정부의 강제수용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테크노밸리(335만㎡) 예정지 농민들과 과천지구(155만㎡)에 포함된 과천동·주암동의 화훼단지 농민들도 “정부가 농민 생존권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주택만 짓겠다고 발표해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 검단·동탄·양주 주민 “2기 새도시는 어찌하라고” 기존 2기 새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준공률이 절반에 불과하고 교통망 확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인 상황에서 3기 새도시가 들어서면 2기 새도시는 소외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2기 새도시는 각종 수요 억제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지정한 지역으로 경기도 양주, 화성 동탄,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위례 지구 등 10곳이다.

2기 새도시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가능성이다. 2003년 개발을 시작한 2기 새도시는 2023년께야 모든 지역에서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2기 새도시인 김포한강과 판교, 동탄1, 광교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이지만 위례, 양주, 운정은 준공률이 절반가량이며 동탄2, 평택 고덕, 검단은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공급될 예정인 3기 새도시와 일부 입주 시기가 맞물린다. 일례로 3기 새도시인 인천 계양과 불과 2~3㎞ 거리 밖에 안되는 2기 검단 새도시 주민들은 사업 완료 시점에 계양지구와 인근 청라·송도국제도시 등의 공급 물량이 쏟아져 미분양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종안 양주신도시카페 대표는 “2기 신도시와 비수도권은 미분양이 넘치는데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경기도의 그린벨트를 풀어 3기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정부는 무책임한 정책을 철회하고 기존 신도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새도시 대부분이 3기 새도시보다 광역 교통망이나 서울과의 거리 등 입지 조건이 불리하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한다. 동탄새도시 주민들로 꾸려진 ‘교통대책모임’은 지난달 29일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어 “동탄은 분양 당시 9200억원의 광역교통분담금을 내고도 현재까지 지티엑스(GTX), 트램, 인덕원선, 분당선 등 약속한 교통대책이 모두 지연돼 30만 동탄 주민은 교통지옥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동탄 교통대책은 빼고, 3기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탄은 중심상권에서 1㎞ 이상 떨어진 지하철 1호선 서동탄역을 제외하곤 지하철이 없고, 서울을 오가는 ‘콩나물시루’ 광역버스조차 제때 타지 못해 날마다 출퇴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누구를 위한 3기 신도시인가?’ 정부가 급등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새도시 계획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과거 새도시 정책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투기와 개발 열풍으로 오히려 주변 집값을 상승시켰다”며 “저렴한 공공주택보다는 비싼 민영주택을 공급해 공공기관, 건설사, 분양자만 이득을 얻는 개발 방식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 전에는 새도시 개발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3기 새도시 건설이 오히려 서울 중심주의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서울 가까이에 새도시를 만들고 지티엑스 등으로 접근성을 높이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는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러면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게 된다. 서울 집값 폭등은 전적으로 투기 때문이므로 어렵더라도 보유세 인상 등 강력한 투기 억제책으로 잡아야 한다. 어정쩡하게 신도시를 지어 공급을 늘리는 ‘물타기 방식’으로는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3기 새도시 건설을 철회하기 어렵다면 1, 2기와 같은 민간 분양이 아니라 전량 공공임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할 경우 새도시 건설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광명·시흥 지구를 지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지구 지정 자체가 취소된 바 있다.

2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망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2기 신도시가 절반 가량밖에 분양이 안 된 상황에서 3기 신도시가 생기면 입지가 좋지 않은 2기 신도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기 신도시 주민이 주거 정착을 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지방정부가 교통망, 사회간접자본 등 필요한 인프라 보강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2기 신도시와 3기 신도시가 윈윈하기 위해선 현재로선 광역교통망을 서둘러 확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일까지 ‘3기 신도시 개발을 멈춰달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2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한 시민은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재건축 등을 통해 서울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경기도에 신도시를 짓는 것은 서울에 불이 났는데 경기도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경만 이정하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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