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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시는 블랙홀…“이대로 가면 2040년 영·호남 소멸”

등록 2019-01-17 05:00수정 2019-01-17 08:01

논란의 3기 새도시
③국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새도시
지방분산 자리 못 잡았는데, 또 수도권 새도시
이해찬 대표의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진전 없어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10년 중단되자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 집중 흐름 되살아나
고층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수도권 1기 새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고층아파트와 사무용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수도권 1기 새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모습. 이종근 기자 roots2@hani.co.kr
정부가 서울 집값 폭등의 대책으로 경기 남양주 등 서울 인접 지역에 3기 새도시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오히려 서울로의 인구, 자본 집중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건설된 1, 2기 새도시 역시 수도권 팽창과 부동산 투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와 전문가들은 3기 새도시 건설 계획이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 지역 간 균형발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공공기관 이전’ 흐지부지…지방 소멸 가속화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지방자치·분권을 핵심에 둔 개헌이 무산된 뒤로는 의미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눈길을 끄는 정책은 정부나 청와대가 아니라 오히려 여당에서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취임 뒤, 첫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지방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수도권 공공기관 122개를 지역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2’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다리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구체 방안이나 로드맵은 나오지 않고, 국토교통부는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3기 새도시 계획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지난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기자회견에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정부가 정치적 논란이나 시장주의자의 여론에 떠밀려 지역 활성화 대신 수도권 주택공급으로 정책을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새도시를 자꾸 만들면 비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강력하게 흡인해 호남과 영남 등 남부권의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는 “3기 새도시는 강남권의 인구를 분산하기는커녕 비수도권의 인구와 자원을 흡인해 수도권으로 입성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가장 변방이고 환경이 열악한 호남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도시계획학과)도 “새도시 정책은 수도권에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어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 이대로 가면 2040년엔 호남과 영남 등 남부권은 모두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 효과 어땠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한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혁신적인 공약을 내놨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22개 중앙행정기관의 1만4002명, 20개 소속기관의 1596명이 세종시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153개 공공기관의 5만1천명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지방 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195개의 공공기관, 6만6천명이 지방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 결과 혁신도시에선 해마다 2천억~4천억원의 지방세가 걷히고, 1천명 이상의 지역 인재가 채용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 효과는 수도권-지방 사이 인구 이동에서도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엔 13만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지만 임기를 마친 5년 뒤엔 이 규모가 5만명으로 줄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가 활발하던 2013~2016년엔 모두 5만8722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이뤄진 수도권 규제 완화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1만6006명이 순유출됐다. 지난해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규모가 더 늘어 노무현 정부 말기인 10년 전과 비슷해졌다. 균형발전의 방아쇠인 제2청와대와 제2국회 세종시 설치도 방치돼 있다.

■ 수도권 살리기냐, 세종·혁신도시 살리기냐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도권 3기 새도기 정책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상임대표는 새도시를 만들어 수도권이 비대해지면 또 새도시를 건설할 것인가? 새도시 건설은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시도별 인구현황을 보면, 정부가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새도시’ 조성에 나선 1988년 전체 인구 가운데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3%였으나, 2003년 김포·판교·동탄·검단 등 ‘2기 새도시’ 조성을 시작할 때 이 비중은 47.5%로 뛰었다. ‘3기 새도시’ 조성 계획을 밝힌 지난해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49.8%였다. 주택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에 새도시를 만들어 주택공급을 늘리면 인구가 또다시 유입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박재욱 신라대 교수(행정학)는 “한정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하면 지역의 인적 자원과 기업 등이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새도시 건설이 아니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상임대표는 “세종시로 국회·행정기관을 추가 이전하고 강력한 균형·분산 정책을 추진해야 수도권, 비수도권이 함께 산다. 세종시 공무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 등을 실질적으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강력한 후속 조처를 단행해야 인구 분산 효과가 나오고 서울 집중을 막아 집값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영구 극동대 교수(도시환경계획학)는 “세종시, 혁신도시 등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는데 수도권에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을 시도했다. 사진은 경북 김천의 혁신도시. 한국도로공사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을 시도했다. 사진은 경북 김천의 혁신도시. 한국도로공사 제공.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분권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통상학부)는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시장의 힘이 작동하므로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체제로 가는 것이 수도권 집중을 막을 근본 해법이다. 프랑스는 2003년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체제로 갔는데 파리의 인구가 분산됐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한국도 그 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

박경만 안관옥 오윤주 김영동 김일우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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