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시민이 영동읍 시가지 등 곳곳에 건 박덕흠 의원 사퇴 촉구 펼침막. 하지만 영동군 등이 나서 철거하면서 영동에선 이들 펼침막이 모두 사라졌다. 영동군 민주시민회의
자신의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산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구)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려고 시민들이 지역구 곳곳에 건 펼침막이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은 철거 중단을 요구하고, 박 의원 사퇴 촉구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영동 시민사회단체 등이 꾸린 영동군 민주시민회의는 7일 “시민들이 영동 곳곳에 내건 박 의원 사퇴 촉구 펼침막을 영동군과 박 의원 쪽이 조직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 펼침막 철거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영동 시민이 영동읍 시가지 등 곳곳에 건 박덕흠 의원 사퇴 촉구 펼침막. 영동군 민주시민회의
이들은 지난달 23일 ‘3천억 특혜 수주 군민은 분노한다. 사퇴하고 떳떳하게 사업하십시오’, ‘영동군민 분노한다 박덕흠은 사퇴하라’ 등 펼침막 20여장을 영동읍 로터리 등 10여곳에 걸었지만 모두 철거됐다. 같은 달 26일 20장, 29일 40장, 지난 2일 30여장을 영동읍과 면 곳곳에 걸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영동군 민주시민회의의 한 대표는 “영동군과 읍·면 등이 펼침막을 조직적으로 철거했고, 박 의원실 보좌관 등의 주도로 펼침막을 떼는 것을 시민 제보 등으로 확인했다. 펼침막은 떼도, 군민의 뜻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다시 걸겠다”고 말했다.
영동군 관계자가 시민들이 건 박덕흠 의원 사퇴촉구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영동군 민주시민회의
영동군 민주시민회의는 펼침막을 뗀 박 의원실 관계자 등을 재물손괴 혐의로 영동경찰서에 고발했다. 또 지난 5일부터 영동읍 시가지에서 박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윤규 영동군 도시재생팀장은 “박 의원실 쪽에서 불법 펼침막 게재 관련 항의가 있어 회의 끝에 이들 펼침막을 철거했다.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불법 게재된 것을 정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동군 민주시민회의는 5일부터 영동읍 시가지에서 박덕흠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헀다. 영동군 민주시민회의
괴산 시민이 괴산지역 곳곳에 건 박덕흠 의원 사퇴 촉구 펼침막. 괴산 깨 시민 일동
박 의원의 다른 지역구인 보은, 옥천, 괴산 등에서도 사퇴 촉구 펼침막이 속속 철거되고 있지만 정도 차가 있다. 이들 지역엔 지난 23일부터 ‘지역 깨시민 일동’ 등이 ‘국민과 이해 충돌 박덕흠은 사퇴하라’ 등의 펼침막을 걸었다. 보은 지역 펼침막 게재를 주도한 김용필씨는 “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옥천, 괴산은 펼침막이 대체로 남아 있지만 야당(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보은, 영동 등은 상대적으로 철거 비율이 높다. 야당(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박 의원 눈치보기·감싸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보은민들레희망연대가 보은읍에 건 박덕흠 의원 사퇴 촉구 펼침막. 애초 이들은 ‘3천억 공사주수 박덕흠은 사퇴하라’는 펼침악을 걸려했지만 보은군이 문구를 문제 삼아 ‘의혹’을 붙인 수정 펼침막을 걸었다. 보은민들레희망연대
보은은 펼침막 사전 검열 의혹까지 제기됐다. 보은 민들레희망연대 김선봉씨는 “애초 ‘3천억 공사수주 박덕흠은 사퇴하라’는 펼침막을 걸려하자 보은군이 문구를 트집잡고 게재를 막아 결국 ‘공사 수주’에 ‘의혹’을 붙여 걸었다. 지역구 의원을 감싸려고 군민의 의사 표현을 사전 검열하는 군의 행태가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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