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이 도난당했던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경찰한테서 인계받아 금액을 확인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도난을 당한 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전주완산경찰서는 2일 성금을 훔친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성금 6016만3510원을 노송동주민센터에 가환부했다고 밝혔다. 가환부는 경찰수사에 필요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경우, 이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압수물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날 오전 11시 노송동주민센터에는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들이 성금을 들고 참석했다. 주민센터 쪽에서는 미리 준비한 계수기를 통해 현금을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주민센터 주변의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놓고 갔던 상자 속의 현금은 5만원권 지폐를 100장씩 묶은 다발 12개(1200장)와 돼지저금통에 든 동전 16만원3510원이다. 동전은 500원짜리 191개, 100원짜리 659개, 50원짜리 23개, 10원짜리 96개이다. 상자 속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A4용지도 있었다.
이번 성금이 노송동주민센터로 전해지면서 얼굴 없는 천사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째, 21차례 기부한 금액은 모두 6억6850만4170원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가 선행의 뜻으로 성금을 기부한 만큼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성금을 주민센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노송동주민센터는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이웃 200명 가량을 추천할 방침이다. 초·중·고 학생 20명에게도 천사장학금(각 40만~100만원)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0대 2명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쳐 달아났다가 4시간30여분 만에 충남 논산 등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 1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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