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의 자영업자와 건물주 등이 참여하는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는 4~6월 임대료를 인하해 받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펼쳤다. 광주 동구청 제공
“몇몇 원로 회원들과 임대료를 재차 인하할 수 있을지를 한번 논의해보자고 했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의 자영업자와 건물주 등이 참여하는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 최복현(68) 회장은 1일 “임대인이면서 자영업자 처지여서 임차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뒤 이 일대 자영업자들은 “전년보다 매출의 60~70%가 감소했다”고 했다.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 소속 건물주 40여명은 지난 4~6월 임대료를 5~15% 낮춰 받았다. 광주에서 올 상반기 임대료 인하액은 8억6527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름에 빠진 임차인들을 위한 ‘착한 임대료 운동’이 다시 한번 점화될지 주목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무게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착한 임대료 운동 재개를 호소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지난 31일 “소상공인 대출 확대, 공공시설 임대료 인하 등의 시책만으로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달랠 수 없다”며 동참을 당부했다.
광주에서는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 건물주 25명도 지난 2월부터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10% 인하했다. 광산구청 제공
착한 임대료 운동은 ‘사회적 백신’ 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을 시작한 경남도는 착한 임대인의 가게에 ‘착한 표지’를 붙여줬다. 지난 7월 말 기준 경남 도내 지방세 감면 임대인은 2729명이고, 임대료 인하 혜택 임차인은 4762명(78억여원)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등의 임차인 2343명까지 합하면 도내 임대료 인하 혜택 임차인은 7105명에 이른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이후 ‘착한 임대인’ 재산세 감면액을 8억2천만원(23개 시군·5353건)으로 집계했다. 경기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인근 학교가 사실상 휴교 상태에 들어가 매출이 70%가량 줄어 힘들었는데 건물주가 석달치 임대료를 받지 않아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태권도 학원 원장 ㄴ씨도 “건물 임대인이 4개월간 임차료를 70만원씩 모두 280만원을 받지 않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충북에선 코로나19 상황 종료 때까지 임대료를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임대인들도 등장했다. 충북 청주 복대가경시장 임대인 4명은 가게 21곳의 임대료 20%를 깎아주기로 했다. 청주 원마루시장 임대인 1명과 제천 중앙시장 임대인 2명도 임대료를 20~30% 인하하기로 했다. 충북 진천향교도 세입자 13명에게 임대료 50%를 인하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동명동 카페거리. 광주 동구청 제공
착한 임대료 운동은 집세·농기계 임대료 인하 운동으로 진화했다. 전주에선 ‘착한 집세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세제 혜택은 없지만 집주인이 선의로 10~30%를 인하해주는 전주시의 착한 집세 운동엔 지난달 말까지 39명이 동참했다. 전남도는 굴착기·관리기 등 각종 농기계의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농기계 임대료 인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말까지 농민 4만7085명이 10억8천만원의 임대료 인하 혜택을 봤다.
지방정부도 착한 임대료 운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3월부터 상가건물 환산보증금이 9억원 이하인 가게의 임대료를 인하해 ‘착한 임대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부산시도 상가 건물주가 월세를 30% 이상 인하하면 재산세 50%를 감면해주고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정대하 홍용덕 박임근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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